논서

曹洞錄(조동록)

동산/혜산방 2021. 10. 10. 16:17

(1) 조동록 해제(曹洞錄 解題)

조동록 해제(曹洞錄 解題)

 

조동록은 동산 양개(洞山良价: 807869)스님의 어록이다.

동산스님은 어려서 마을에 있는 절에 출가한 후 다시 오설산(五洩山)의 영묵(靈默)스님에게로 갔다. 20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이후 남전(南泉)스님, 위산( )스님들을 참례하고서 나중에 운암 담성(雲巖曇晟: 782841)스님의 법을 이었다. 이때 동산스님은 게송을 지었는데, 이것이 선문오도송(禪門悟道頌)의 효시이다.

 

스님은 53세경인 대중(大中) 말년(846859)부터는 신풍산(神豊山)에서 후학을 가르치다가 다시 예장(豫章) 고안현(高安縣)의 동산(洞山) 보리원(普利院)에서 널리 교화를 펼쳤다.

 

조산 본적스님(耽章스님이라고도 한다)은 어려서 유학을 공부하다가 19세에 출가하여 25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당 함통(咸通: 860873)초에 비로소 동산스님을 뵙고서 스님의 깊은 법을 전수받았다. 나중에 육조(六祖)의 탑에 참례한 후 조산(曹山)과 하옥(荷玉)의 두 곳에서 법을 폈다.

 

훗날 이 두 분의 가르침을 이어서 조동종이 형성되었는데, 조동종(曹洞宗)이라는 종명(宗名)은 동산양개의 동()과 조산 본적의 조()를 각각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조동종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방편으로써 중요한 것은 5위군신(五位君臣), 보경삼매(寶鏡三昧), 3종강요(三種綱要), 3종병통(三種病痛), 3(三路), 3종타(三種墮)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신라말 이엄(利嚴: 870936)스님이 운거 도응(雲居道膺: ?902)스님의 문하에서 법()을 전해왔다. (911)조동종의 법계 중에서 동산록에 나오는 스님들을 중심으로 그 계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약산유엄운암 담성동산양개조산 본적하옥 광혜

(藥山惟儼) (雲巖曇晟) (洞山良价) (曹山本寂) (荷玉匡惠)

 

도오 원지 신산 승밀 -----------녹문 처진

(道吾圓智) (神山僧密) -----------(鹿門處眞)

 

화정 덕성행산 감홍운거 도응불일 화상

(華亭德誠) (杏山鑑洪) (雲居道膺) (佛日和尙)

 

비수 혜성 ----------- 소산 광인 후 소산

(裨樹惠省)----------- (疎山匡仁) (後疎山)

 

고 사미 ---------청림 사건

(高沙彌) -------(靑林師虔)

 

백암 명철 ----------- 용아 거둔

(百巖明哲) ---------- (龍牙居遁)

화엄 휴정 (華嚴休靜)

흠산 문수(欽山文邃)

북원 통 (北院通)

중산 도전 (中山 道全)

태 수좌 (泰首座)

유 상좌 (幽上座)

랑 상좌 (郞上座)

 

 

(2) 조당집 해제(曹堂集 解題)

조당집 해제(曹堂集 解題)


現存하는 선종사서(禪宗史書) 중 가장 오래된조당집(曹堂集)은 모두 20권으로 되어 있다. 현재 합천 海印寺에 있는 본이 世界에서 有一한 것이며, 아직까지는 어떤 섭본(攝本)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보복 종전(保福從展: 867928, 雪峯義存을 이음)스님의 제자인 문등()이 쓴 '조당집 서()'에 의하면 천주(泉州) 초경사(招慶寺)에서 정()과 균() 두 스님에 의해 편집되었고(952), 그 후 고려에서 개판(開版)할 때(고종 32, 1245) 원래 10권이던 것을 20권으로 만들면서 새로 목차를 만들어 넣은 것을 알 수 있다.

목차 끝에 "해동(海東)에서 조당집을 새로 간행함에 있어 그 사적이 드러나 253인을 모두 20권에 수록하였다"한 기록이 그것이다.

조당집의 특징으로는

첫째, 그 서()에서 "고금 제방의 법요(法要)를 모아 한 권으로 만들었다"고 하였듯이 조사들의 종지(宗旨)를 전하는 데에 힘썼고, 표현은 구어적이며 간결하다.


둘째, 과거 7(七佛)에서 시작하여 인도 28대 조사와 중국 6대 조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초조 마하가섭을 제1, 아난(阿難)을 제2, 이하 제28조 초조달마(初祖達摩), 29조 혜가(慧可)……33조 혜능(慧能)으로 하고 있다.


셋째, 남종(南宗) 계통의 스님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언급하면서도 우두 법융(牛頭法融), 소위 북종(北宗)인 신수(神秀). 보적(普寂) 등은 조과()화상의 끝에 이름만 전하며, 또 우두 법융 에서도 다섯 스님은 이름만 열거하고 있다.

한편 남종선의 5가 종파 중에서도 임제(임제종), 위산. 앙산(위앙종), 조산. 동산(조동종), 운문(운문종)스님에 대한 기록은 있으나 법안(법안종)스님에 대한 언급은 없다.


넷째, 신라의 종사(宗師)들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도의(道義). 혜철(慧哲). 홍척(洪陟). 현욱(玄昱). 범일(梵日). 무염(無染). 도윤(道允). 순지(順之)스님 등 8명을 싣고 있는데, 이들은 신라 말 9산선문의 개산조(開山祖, 순지스님은 제외)들이며, 마조스님의 법제자인 서당(西堂). 장경(章敬). 앙산(仰山)스님의 법을 이었다.


조당집의 마조. 백장. 위산. 앙산. 동산. 조산스님 등에 대한 내용과 5가 어록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므로 여기에 함께 실었다.
조당집은 동국역경원에서 나온 완역본이 있다. 또 대한전통불교연구원
에서 간행한 조당집 병 논집(祖堂集幷論集)에서는 그간의 연구에 대한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3) 일러두기 조동록

일러두기



1. 조동록의 편집체제는 임제록을 기준으로 하여 행록, 상당, 감변, 천화 등으로 나누었다.
2. 기연이나 법문을 기준으로 단락을 나누고 번호를 붙이되 동일인물이 반복될 경우는 따로 번호를 두지 않았다.
3. 동산록」「조산록은 백련선서 간행 회에서 붙인 약명( )이며, 조당집속의 동산록」「조산록도 마찬가지이다.
4. 부록으로 첨부된 5가 어록 판본은 명()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 5가 어록 본이고, 조당집은 합천해인사본이다.
5. 스님들의 생몰연대는 선학대사전(禪學大辭典)(大修館書店, 1979)중국불학 인명사전(中國佛學人名辭典)(明復編, 方舟出版社)을 참고하였다.

 

 

(4) 조동록 동 산 록 (五家語錄)

동 산 록 (五家語錄)

 

1. 행 록
스님의 휘()는 양개(良价)이며, 회계(會稽) 유씨(兪氏) 자손이다.
어린 나이에 스승을 따라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외우다가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라는 대목에서 홀연히 얼굴을 만지며 스승에게 물었다.


"저에게는 눈. . . 혀 등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반야심경에선 '없다'고 하였습니까?"


그 스승은 깜짝 놀라 기이하게 여기며, "나는 그대의 스승이 아니다"라고 하더니 즉시 오설산(五洩山)으로 가서 묵 선사에게 머리를 깎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21세에 숭산(嵩山)에 가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사방으로 유람하면서 먼저 남전(南泉: 748834)스님을 배알하였다. 마침 마조(馬祖: 709788)스님의 제삿날이어서 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남전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내일 마조스님의 를 지내는데 스님이 오실는지 모르겠구나."
대중이 모두 대꾸가 없자 스님이 나서서 대꾸하였다.
"도반을 기대하신다면 오실 것입니다."
"이 사람이 후배이긴 하지만 꽤 가르쳐 볼 만하군."
"스님께서는 양민을 짓눌러 천민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다음으로는 위산( : 771853)스님을 참례하고 물었다.


"지난번 소문을 들으니 남양 혜충국사(南陽慧忠國師: ?775)께선 무정(無情)도 설법을 한다는 말씀을 하셨더군요.
저는 그 깊은 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위산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가?"
"기억합니다."
"그럼 우선 한 가지만 이야기해 보게."
그리하여 스님은 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었다.
"어떤 스님이 묻기를, '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라고 하였더니 국사가 대답하였습니다.'


'담벼락과 기와 부스러기다.'
'담벼락과 기와 부스러기는 무정(無情)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도 說法을 할 줄 안다는 말입니까?'
'활활 타는 불꽃처럼 쉴 틈 없이 說法한다.'
'그렇다면 저는 어째서 듣지를 못합니까?'
'그대 스스로 듣지 못할 뿐이니 그것을 듣는 자들에게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듣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聖人들이 듣는다.'
'스님께서도 듣는지요.'
'나는 듣지 못하지.'
'스님께서도 듣질 못하였는데 어떻게 無情說法할 줄 안다고 하시는지요.'
'내가 듣지 못해서이지. 내가 듣는다면 모든 聖人과 같아져서 그대가 나의
說法을 듣지 못한다.'
'그렇다면 衆生에게는 들을 자격이 없겠군요.'
'나는 衆生을 위해서 說法을 하지 聖人을 위해서 說法하진 않는다.'
'衆生들이 들은 뒤엔 어떻게 됩니까?'


'그렇다면 衆生이 아니지.'
'無情說法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經典根據하셨는지요?'
'분명하지. 經典根據하지 않은 말은 修行者할 바가 아니다. 보지
도 못하였는가. 華嚴經에서 <世界가 말을 하고 衆生이 말을 하며 三世
一切說法한다.>고 했던 것을.'"
스님이 이야기를 끝내자 위산스님은 말하였다.
"여기 내게도 있긴 하네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 뿐이다."
"저는 알지 못하겠사오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위산스님이 불자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하였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설명해 주십시오."
'부모가 낳아주신 이 입으로는 끝내 그대를 위해 설명하지 못한다."
"스님과 함께 를 흠모하던 분이 있습니까?"
"여기서 풍릉( ) 유현(攸縣)으로 가면 석실(石室)이 죽 이어져 있는데 운암도인(雲岩道人)이란 분이 있다. 풀 섶을 헤치고 바람을 바라볼 수 있다면 반드시 그대에게 소중한 분이 될 걸세."
"어떤 분이신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가 한번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제가 스님을 받들고 싶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하기에 이렇게 대꾸하였네.
'당장에라도 번뇌(煩惱)를 끊기만 하면 되지.'
'그래도 스님의 종지에 어긋나지 않을는지요?'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말라.'"
스님은 드디어 위산스님을 하직하고 곧장 운암스님에게 가서 앞의 이야기를 다 하고서 바로 물었다.


"무정(無情)說法을 어떤 사람이 듣는지요?"
"無情이 듣지."
"스님께서도 듣는지요?"
"내가 듣는다면 그대가 나의 說法을 듣지 못한다."
"저는 무엇 때문에 듣질 못합니까?"
운암스님이 불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말하였다.
"듣느냐?"
"듣지 못합니다."
"내가 하는 說法도 듣질 못하는데 하물며 無情說法을 어찌 듣겠느냐."
"無情說法은 어느 經典의 가르침에 해당하는지요?"
"보지도 못하였는가. 아미타경(阿彌陀經)에서, '물과 새와 나무숲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을 생각한다.'라고 했던 말을."


스님은 여기서 깨친 바 있어 게송을 지었다.

정말 신통하구나. 정말 신통해 也大奇也大奇
무정의 설법은 불가사의하다네. 無情說法不思議
귀로 들으면 끝내 알기 어렵고 若將耳聽終難會
눈으로 들어야만 알 수 있으니. 眼處聞聲方得知

 

 

(5) 조동록 행록-2

1. 행록2

 

스님이 운암스님에게 물었다.
"저는 남은 습기(習氣)가 아직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대는 이제껏 무얼 해왔느냐?"
"불법(聖諦)이라 해도 닦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쁨을 맛보았느냐?"
"기쁨이 없지는 않습니다. 마치 쓰레기더미에서 한 알의 명주(明珠)를 얻
은 것 같습니다."

스님이 운암스님에게 물었다.

"서로 보고 싶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도록 하게."
"보고 묻는 중입니다."
"그래, 그대에게 무어라고 하더냐."

운암스님이 짚신을 만드는데 스님이 가까이 앞으로 가서 말하였다.
"스님의 눈동자를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누구에게 주려느냐?"
"제게 없어서입니다."
"설사 있게 된다 해도 어디다 붙이겠느냐?"
스님이 말이 없자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눈동자를 구걸하는 것이 눈이더냐?"
"눈은 아닙니다."
운암스님은 별안간 악()! 하고는 나가버렸다.


스님이 운암스님을 하직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느냐?"
"스님과 이별하긴 합니다만 갈 곳을 정하진 못했습니다."
"호남으로 가지 않느냐?"
"아닙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
"아닙니다."
"조만간에 되돌아오게."
"스님이 안주처가 있게 되면 오겠습니다."
"여기서 일단 헤어지고 나면 만나기 어려울 걸세."
"만나지 않기가 어려울 겁니다."
떠나는 차에 다시 물었다.
"돌아가신 뒤에 홀연히 어떤 사람이 스님의 참모습을 찾는다면 어떻게 대꾸할까요?"


운암스님은 한참 말없이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저 이것뿐이라네."
스님이 잠자코 있자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양개화상! 이 깨치는 일은 정말로 자세하게 살펴야 한다."
스님은 그때까지도 의심을 하다가 그 뒤 물을 건너면서 그림자를 보고 앞의 종지를 크게 깨닫고는 게송을 지었다.

남에게서 찾는 일 절대 조심할지니
자기와는 점점 더 아득해질 뿐이다.
내 이제 홀로 가나니
가는 곳마다 그 분을 뵈오리
그는 지금 바로 나이나
나는 지금 그가 아니라네.


모름지기 이렇게 알아야만
여여(如如)에 계합하리라.
切忌從他覓 與我
我今獨自往 處處得逢渠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
應須恁?會 方得契如如

뒷날 운암스님의 초상화에 공양 올리던 차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승께선 '이것뿐이다'라고 하셨다던데 바로 이것입니까?"
"그렇다."
"그 뜻이 무엇인지요?"
"당시엔 나도 스승의 의도를 잘못 알 뻔하였다."
"운암스님께서는 알고 있었습니까?"
"몰랐다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줄 알았겠으며, 알고 있었다면 어찌 이처럼
말하려 하였겠나."

장경 혜릉(長慶 慧稜: 854932)스님은 말하였다.
"이미 알았다면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했으랴."
다시 말하였다.
"자식을 길러보아야만 부모 사랑을 알게 된다."

스님이 운암스님의 제삿날에 재()를 올리는데 마침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운암스님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으셨는지요?"
"거기 있긴 했으나 가르침을 받진 못했다."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면 무엇 하러 재를 올리십니까?"
"어떻게 감히 운암스님을 등지겠는가?"

 

 

(6) 조동록 행록-3

1. 행록 3

 

"스님께선 처음에 남전스님을 뵈었는데 어째서 운암스님에게 재를 올려주십니까?"
"나는 스님의 佛法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나에게 을 설명해주지 않은 점을 중히 여길 뿐이다."
"스님께서는 스승을 위해 재를 올릴 때, 스승을 긍정하십니까?"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하지 않는다."
"어째서 완전히 긍정하지 않으십니까?"
"완전히 긍정한다면 스승을 저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스님은 당() 대중(大中: 8468859) 말년부터 신풍산(新豊山)에서 後學을 가르쳤고, 그 뒤 예장(豫章) 고안(高安)의 동산(洞山)에서 성대히 敎化를 폈다. 방편으로 5(五位)를 열어 3(三根)을 훌륭하게 이끌었으며, 일음(一音)을 크게 천양하여 만품(萬品)을 널리 교화하였다. 지혜보검을 쑥 뽑아 빽빽한 見解숲을 가지 쳤으며, 조화로운 音聲을 널리 펴서 여러 갈래 천착을 끊어주셨다.
다시 조산(曹山)스님을 만나 정확한 종지를 깊이 밝히고 훌륭한 을 오묘하게 폈으니, 를 군신(君臣)의 비유로 회합하였고 편위(偏位)와 정위(正位)를 아울러 쓰셨다.
이로부터 동산의 현묘한 가풍이 천하에 퍼지게 되었으므로 제방의 종장(宗匠)들이 모두 추존(推尊)하여 '조동종(曹洞宗)'이라 하였던 것이다.

 

 

(7) 조동록 감변, 시중 - 1

(2) 감변, 시중 1

 

"석실로 들어가더니 어찌 그리 빨리 돌아오느냐?"
원주가 대꾸가 없자 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그곳에는 이미 차지한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운암스님은 말하였다.
"그대는 다시 가서 무엇 하겠느냐?"
스님이 말하였다.
"인정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운암스님이 한 비구니에게 물었다.
"그대의 아버지는 살아계시는가?"
"계십니다."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가?"
"팔십입니다."
"그대에게는 나이 팔십이 아닌 아버지가 있는데 알겠느냐?"
"아마도 이렇게 찾아온 자가 아닐는지 요."
"오히려 손자뻘이지."

스님(동산)이 말하였다.
"이렇게 찾아온 자가 아니라 해도 손자뻘이지."

 

 

(8) 조동록 감변, 시중 - 2

(2) 감변. 시중 2

 

스님이 제방을 돌아다니다가 노조(魯祖: 馬祖道一을 이음)스님을 참례하였다. 절하고 일어나 곁에 섰다가 이내 나와서 다시 들어가자 노조스님이 말하였다.
"이럴 뿐이며, 이럴 뿐이니, 그러므로 이러하다."
스님이 말하였다.
"그래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걸요."

"어떻게 해야만 그대에게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
그러자 스님은 절하고 여러 달을 시봉(侍奉)하였다.

한 스님이 노조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말 없는 말'입니까?"
"그대의 입은 어디 있느냐?"
"입이 없습니다."
"무얼 가지고 밥을 먹지?"
그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그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 무슨 밥을 먹겠습니까?"

 

 

(9) 조동록 감변, 시중 - 3

(2) 감변. 시중 3


스님이 남원(南源: 馬祖道一을 이음)스님을 참례하고 법당에 올라갔더니 남원스님이 말하였다.
"전에 만났던 사람이군."
스님은 바로 내려가 버렸다. 다음날 다시 올라가 물었다.
"어제 벌써 스님의 慈悲를 입었습니다만 언제 저와 만났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마음 마음이 쉴 틈 없이 성품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습니다."
스님이 하직을 하자 남원스님이 말하였다.
"불법을 많이 배워 널리 이익 되게 하라."
"불법을 많이 배우는 것은 묻지 않겠으나 어떤 것이 널리 이익을 짓는 것
입니까?"
"무엇 하나도 어기지 말라."

 

 

(10) 조동록 감변, 시중 - 4

(2) 감변. 시중 4


스님이 서울에 도착하여 흥평(興平: 馬祖道一을 이음)스님에게 절하였더니 흥평 스님이 말하였다.
"늙고 썩은 몸에 절하지 말라."
"저는 늙거나 썩지 않은 것에다 절하였습니다. "
"늙고 썩지 않은 자는 절을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스님이 되물었다.
"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바로 그대 마음이지."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의심이 듭니다."
"그렇다면 목각인형에게나 물어보게."
"저에게 한마디 말이 있는데, 모든 부처님의 입을 빌리지 않습니다."
"어디 말해보게."
"제가 아닙니다."
스님이 하직을 하자 흥평 스님은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느냐?"
"흐름을 따라 정처 없이 가렵니다."
"법신(法身)이 흐름을 따르느냐, 보신(報身)이 흐름을 따르느냐?"
"결코 그런 식으로 이해하진 않습니다."
그러자 흥평 스님은 손뼉을 쳤다.

보복 종전(保福從展: ?928)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은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그리고는 달리 말하였다.
"몇 사람이나 찾을까."

 

 

(11) 조동록 감변, 시중 - 5

(2) 감변. 시중 5


스님이 밀사백(密師伯: 神山僧密의 존칭)과 함께 백암(百巖)스님을 참례하였더니 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호남에서 옵니다."
"그곳 관찰사(觀察使)의 성은 무엇이던가?"
"성을 알지 못합니다."
"이름은 무어라 하던가?"
"이름도 모릅니다."
"그래도 정사(正事)는 보던가?"
"그에게는 낭막(郎幕: 부하관료)이 있습니다.
"출입도 하던가?"
"출입은 하지 않습니다."
"왜 출입하질 않지?"

스님은 소매를 털고 바로 나와 버렸다.
백암스님은 다음날 아침 큰방에 들어가 두 스님을 부르더니 말하였다.
"어제 그대들을 상대한 문답이 서로 계합하지 못하여 하룻밤 내내 불안했다. 지금 그대들에게 다시 한 마디 청하네. 만일 내 뜻과 맞는다면 바로 죽을 끓여 먹으며 道伴이 되어 여름을 지내겠네."
"스님께서는 질문을 하십시오."
"왜 출입을 하지 않는가?"
"너무 귀한 분이기 때문이지요."
백암스님은 이에 죽을 끓여 먹으며 함께 여름 한철을 지냈다.

천동 함걸(天童咸傑: 11181186)스님은 말하였다.

"명암이 투합하여 팔면이 영롱하여 그 자리를 범하지 않고 몸 돌릴 길 있으니 조동(曹洞) 문하에서는 구경거리가 되겠으나, 가령 임제스님의 아손이었더라면 방망이가 부러진다 해도 놓아주지 않았으리라.

당시에 그가 '성을 모른다.'고 했을 때 등허리에 한 방을 날려 여기에서 부딪쳐 몸을 바꿔 깨쳤더라면 죽을 끓여 맞이했을 뿐 아니라 높은 스님을 모시는 밝을 창문 아래 모셨으리라. 알겠느냐, 알겠어!"
"! 漆桶(漆桶), 법당에 가서 참례하거 라."

 

 

(12) 조동록 감변. 시중 - 6

(2) 감변. 시중 6


스님이 밀사백과 함께 용산(龍山: 馬祖道一을 이음)스님을 찾아가 문안을 드렸더니 스님이 말하였다.

"이 산에는 길이 없는데 그대들은 어디로 왔느냐?"
"길이 없다는 것은 우선 그만두고 스님께선 어디로부터 들어 오셨는지요?"
"나는 운수(雲水) 따라 오지 않았다."
"스님께서 이 산에 머무신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요?"
"세월은 신경 쓰지 않는다."
"스님께서 먼저 계셨습니까, 이 산이 먼저 있었습니까?"
"모르겠다."
"어째서 모르십니까?"
"나는 인간. 천상으로부터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스님께선 어떤 도리를 얻으셨기에 이 산에 안주하십니까?"
"나는 진흙 소 두 마리가 싸우면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지금껏
소식이 없다."
스님은 비로소 몸가짐을 가다듬고 절하였다.

 

 

(13) 조동록 감변, 시중 - 7

(2) 감변. 시중 7


스님이 행각할 때 마침 한 관리가 말하였다.
"삼조(三祖: 승찬)스님의 신심명(信心銘)에 제가 주석을 낼까 합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러이 본마음을 잃으리라고 신심명에서 말하였는데 어찌 주를 내려 하느냐."

법안 문익(法眼文益: 885958)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주를 내지 않겠습니다."

 

 

(14) 조동록 감변, 시중 7

감변. 시중 8

 

스님이 과거에 행각할 때 길에서 물을 걸머진 한 노파를 만났었다. 스님이
마실 물을 찾았더니 그 노파가 말하였다.
"물을 마시는 것은 무방합니다만 제게 질문이 하나 있으니 먼저 질문을 해야겠습니다."
"말해 보십시오."
"이 물에 티끌이 얼마나 있습니까?"
"티끌이 없습니다."
노파는 말하였다.
"내가 걸머진 물을 더럽히지 말고 가십시오."

 

 

15) 조동록 감변, 시중 - 9

(2) 감변. 시중 9


스님이 늑담( )에 있으면서 초 수좌(初首座)가 하는 말을 들었다. "정말 신통하다. 정말 신통해. 不可思議하도다. 부처님 世界, 世界!"
그러자 스님은 질문하였다.

"부처의 世界世界는 묻지 않겠소. 부처의 世界世界를 말하는 자는 어떤 사람인가?"
초수좌는 한참 말이 없더니 대꾸를 못하였다.
스님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빨리 말하지 않느냐?"
"언쟁해서는 안 됩니다."
"하라는 말도 못하면서 무슨 언쟁은 안 된다고 하는가."
초 수좌가 대꾸가 없자 스님이 말하였다.
"부처다 다 하는 것은 모두가 言語이니, ()를 인용해 보지 않겠는가?"


"에서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
"()을 체득하고서는 말을 잊는다 하였네."
"그래도 교의(敎意)를 가지고 마음에서 을 만들고 있군요."
"부처의 世界世界를 설명하는 은 어느 정도이더냐?"
초 수좌는 또 대꾸가 없더니 다음날 혼연히 죽어버렸다. 그리하여 스님은 당시 '질문으로 수좌를 죽인 양개(良价)'라고 불리어 졌다.

 

 

(16) 조동록 감변, 시중 - 10

(2) 감변. 시중 10


스님이 신산 밀사백(神山密師伯)과 물을 건너게 되었을 때 물었다.
"어떻게 물을 건너야겠습니까?"
"다리가 젖지 않게 건너야지."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대는 어떻게 건너려는가?"
"다리가 젖지 않게 건너지요."

다른 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물을 건너면서 말하였다.
"발을 잘못 딛지 마십시오."
"잘못 디디면 건너지 못 할걸 세."
"잘못 디디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큰스님과 함께 물을 건너는 것이지."

스님이 하루는 신산스님과 함께 차밭에서 김을 매다가 괭이를 던지면서 말하였다.

"저는 오늘 기력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력이 없다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기력이 있어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였군요."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가다가 홀연히 흰 토끼가 달려가는 것을 보았는데, 신산스님이 말하였다.

"잘 생겼군."
"어떤데요?"
"서민이 재상에게 절이라도 하는 것 같군."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렇다면 그대는 어떤가?"
"대대로 벼슬을 하다가 잠시 권세를 잃은 것 같습니다."

신산스님이 바늘을 들고 있는데 스님이 말하였다.
"무얼 하십니까?"
"바느질을 한다네."
"바느질하는 일은 어찌해야 합니까?"
"땀땀이 서로 같아야 하네."
"20년을 같이 다녔는데도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어찌 이렇게 공부하십니까?"
"그대라면 어찌 하겠는가?"
"땅에서 불이 일어나는 듯한 도리입니다."
신산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지식(知識)으로 알 수 있는 것치고 해보지 않은 것이 없네.
그러니 '곧장 끊는 경지(徑裁處)'에 대해서는 스님이 한 마디 해 주시게."
"사형께서는 어떻게 공부를 하려 하십니까?"
신산스님은 여기에서 단박 깨닫고 일상과는 다른 응대를 하였다.
그 뒤 함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데 스님이 먼저 건넌 뒤 외나무다리를 들
고서 말하였다.
"건너오십시오."
신산스님이 "양개화상!" 하고 부르자 스님은 외나무다리를 놓아주었다.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길가의 절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 안에 심성(心性)을 설하는 자가 있답니다."
신산스님은 말하였다.

"누굴까?"
"사형께 질문 한 번 받고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마음을 설명하고 性品을 설하는 사람이라니 누구지?"
"죽음 속에서 살아났습니다."

 

 

(17) 조동록 감변, 시중 - 11

(2) 감변. 시중 11


스님이 설봉 의존(雪峯義尊: 822908)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천태산(天台山)에서 옵니다."
"지자(智者)스님을 뵈었느냐?"
"제가 무쇠방망이 맞을 짓을 했습니다."

설봉스님이 올라가 문안을 드리자 스님은 말하였다.
"문 안에 들어오면 무슨 말이 있어야지. 들어왔다고만 해서야 되겠느냐?"
"저는 입이 없습니다."
"입 없는 것은 우선 그만두고 나에게 눈을 돌려다오."
설봉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운거 도응(雲居道膺: ?902)스님은 앞의 말에 달리 말하였다.
"입 생긴 뒤에 말씀드리겠으니 기다리십시오."
장경 혜룡 스님은 달리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설봉스님이 땔감을 운반하던 차에 스님의 면전에 한 단을 던지자 스님이 말하였다.
"무게가 얼마나 되던가?"
"온 누리 사람이 들어도 들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던졌는가?"
설봉스님은 말이 없었다.

스님이 부채 위에 불()자를 쓰자 운암스님이 보고 거기다 불()자를 썼다. 스님이 다시 아닐 비()자를 붙였더니 설봉스님이 보고는 한꺼번에 지워버렸다.

흥화 존장(興化存奬: 830888)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내가 너만 못하다."

백양 순(白楊順)스님은 말하였다.
"내가 동산스님이었다면 설봉스님에게 '너는 나의 권속이 아니다.' 라고 말했으리라."

천발 원(天鉢元)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과 운안스님은 평지에다 공연히 무더기를 일으켰으며, 설봉스님은 이 일로 지혜가 자라났다."

설봉스님이 공양주(飯頭)가 되어 쌀을 이는데 스님이 물었다.
"모래를 일어 쌀을 걸러내느냐, 쌀을 일어 모래를 걸러내느냐?"

"모래와 쌀, 양쪽 다 걸러냅니다."
"대중은 무엇을 먹으라고."
설봉스님이 드디어 쌀 항아리를 엎어버리자 스님이 말하였다.
"그대의 인연을 보건대 덕산(德山)에 있어야만 하겠군."

낭야 혜각(낭야 慧覺)스님은 말하였다.
"설봉스님의 이런 행동은 달콤한 복숭아나무를 던져버리고 산을 찾아 신 오얏을 따는 격이다."

천동정각(天童正覺: 10911157)스님은 말하였다.
"설봉스님은 걸음마다 높이 오를 줄만 알았고 짚신 뒤꿈치가 끊기는 줄은 몰랐다. 만약 정()과 편()이 제대로 구르고 박자와 곡조가 동시에 진행되었다면 자연히 말과 기상이 서로 합하고 부자(父子)가 투합했으리라. 말해보라. 동산스님이 설봉스님을 긍정하지 않은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만 리에 구름 없으나 하늘에 티끌 있고
푸른 연못 거울 같으나 달이 오기 어렵네."

설두 종(雪竇宗)스님은 말하였다.
"곧은 나무에 난봉(鸞鳳)이 깃들지 않는데
"금침(金針)은 이미 원앙을 수놓았네.
만일 신풍(新豊)의 노인이 아니었다면
바로 빙소와해를 당했으리."

스님이 하루는 설봉스님에게 ??
"무얼 하고 왔느냐?"
"물통()을 찍어서 만들고 왔습니다."
"몇 개의 도끼로 찍어서 완성하였느냐?"
"하나로 찍어서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이쪽 일인걸. 저쪽 일은 어떠한가?"
"그대로 손 볼 곳이 없군요."
"그래도 이쪽의 일인걸. 저쪽 일은 어떠한가?"
설봉스님은 그만두었다.

분양 선소(汾陽善昭: 9471024)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저라면 벌써 궁색해졌을 텐데요."

설봉스님이 하직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느냐?"
"영중(嶺中)으로 돌아가렵니다."
"올 때는 어느 길로 왔었지?"
"비원령(飛猿嶺)을 따라 왔습니다."
"지금은 어느 길을 따라 되돌아가려는가?"
"비원 령을 따라 가렵니다."
"비원 령을 따라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대도 아는가?"
"모르겠는데요."
"어째서 모르는가?"
"그에게 면목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대가 모른다면 어떻게 면목이 없는 줄 아는가?"
설봉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낭야혜각 스님은 말하였다.
"마음이 덤벙대는 자는 망한다."

 

 

(18) 조동록 감변, 시중 - 12

(2) 감변. 시중 12

 

운거 도응(雲居道膺 : ?902)스님이 찾아와 뵙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취미(翠微)스님에게서 옵니다."
"그는 어떤 법문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더냐?"
"취미스님이 나한(羅漢)에게 공양을 하기 에 저는 물었습니다. '羅漢에게 공양을 하면 羅漢이 온답니까?' 하니, 스님은 '그대가 매일 먹는 것은 그럼 무엇이더냐?' 하였습니다.
스님은 말하였다.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더냐?"
"그렇습니다."
"대선지식을 헛되게 참례하지 않고 왔구나."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름이 무엇이냐?"
"도응입니다."
"향상(向上) 자리에서 다시 말해보라."
"향상에서 도응이라 이름 하지 못합니다."
"내가 도오(道吾)스님께 대답했던 말과 똑같구나."

운거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화상아! 그대가 뒷날 띠 풀집을 짓고 제자들을 맞이할 때 홀연히 누가 질문하면 어떻게 대꾸하려느냐?
"제가 잘못했습니다."

스님이 하루는 운거스님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사대화상(思大和尙)이 왜국(倭國)에 태어나 國王이 되었다던데 정말 그런가?"
"만일 사대(思大)스님이 맞다 면 부처라 해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님은 그렇다고 긍정하였다.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산을 둘러보고 옵니다."

"그 산은 머물 만하더냐?"
"머물 만하질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도성 안이 모조리 그대에게 점령되겠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들어갈 길을 얻었군."
"길이 없습니다."
"길이 없다면 어떻게 나를 만나겠는가."
길이 있다면 스님과 사이에 산이 막히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뒷날 천사람 만 사람이 붙들어도 머물지 않으리라."

스님이 운거스님과 물을 건너던 차에 물었다.
"물이 얼마나 깊은가?"
"젖지 않을 정도입니다."
"덜렁대는 사람이군."
"스님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마르지 않을 정도라네."

오조 법연(五祖法演: ?1104)스님은 말하였다.
"두 사람의 이 대화에 우열이 있느냐? 산승은 오늘 팔을 휘 젖고 가면서 여러분을 위해 설파하겠다.
물을 건넘에 '젖지 않는다.'고 한 구절은 창고에 진주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격이며, 물을 건넘에 '마르지 않는다.'고 한 구절은 꽂을 송곳조차 없는데 무슨 가난과 추위를 말하겠는가. *마른 길, 젖은 길 양쪽 다 관계치 말고 그저 녹수청산(綠水靑山)에 맡기게."
---------------------
* 향엄 지한스님이 대나무에 기와 쪽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치고는 송()을 지었는데, 위산스님이 듣고 앙산 스님에게 '향엄이 확철 대오했구나'하셨다. 앙산스님은 향엄스님의 경계를 확인코자 다른 게송을 지어보라고 하자 향엄 스님이 다음의 게송을 지었다. '지난해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금년의 가난은 송곳마저 없구나.' 앙산 스님은 '여래선은 사제가 알았다고 인정하겠네만 조사선은 꿈에서도 보지 못하고 있군.'하였다.

운거스님이 하루는 일을 하다가 잘못하여 지렁이를 잘라 죽였더니 스님이

"( )!" 하고 호통을 쳤다.
운거스님은 말하였다.
"그것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조(二祖)는 업주(業州)로 갔다는데 어떠냐?"
운거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대천제인(大闡提人: 부처될 종자가 없는 중생)5역죄(五逆罪)를 지었는데 효도고 봉양 이고가 어디 있겠느냐."
"비로소 효도하고 봉양하게 되었군요."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말하였다.
"과거에 남전(南泉)스님이 彌勒下生經(미륵하생경)을 강의하는 스님에게 묻기를, '彌勒은 언제 하생(下生)합니까?' 했더니, 그는 '現在 도솔천궁에 계시어 未來世下生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남전스님은 '天上에도 彌勒은 없고, 地下에도 彌勒은 없다'라고 말하였다."
운거스님은 이 문제를 가지고 다시 질문하였다.
"天上에도 彌勒이 없고 地下에도 彌勒이 없다니 그렇다면 누가 그에게 이
이름을 지어 주었단 말입니까?"
스님이 질문을 받자 선상이 진동하는 듯하였다. 그리하여 말하였다.
"도옹화상! 내가 운암스님에게 있으면서 그분께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화로가 진동하듯 하였다. 오늘 그대에게 한 번 질문을 받으니 온몸에 땀이 흐르는구나."
그 뒤에 운거스님이 삼봉(三峯)에 암자를 지었다. 열흘이 지나도 큰 방에 오지 않자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요즈음 어째서 공양()에 오질 않는가?"
"매일같이 천신(天神)이 음식을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대가 그럴 만한 사람이라 여겼는데, 오히려 이런 견해를 짓고 있다니 그대는 느지막하게 찾아오게."
운거스님이 느지막하게 찾아오자 스님이 불렀다.
"도응 암주(道膺庵主)!"
"."
"도 생각하지 말고, 도 생각하지 말라 하였는데, 이것이 무엇일까?"
운거스님이 암자로 되돌아가 고요하게 편안히 앉아 있었더니, 이로부터 天神이 찾아도 끝내 보이질 않았다. 이렇게 사흘 지나고서야 끊겼다.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무얼 하느냐?"
"()을 담급니다."
"소금은 얼마나 넣느냐?"
"저으면서 넣습니다."
"어떤 맛을 만들지?"
"딱 되었습니다."

 

 

(19) 조동록 감변, 시중 - 13

(2) 감변. 시중 13

소산(疏山)스님이 찾아왔는데 마침 조참(早參) 때여서 나오더니 스님께 물었다.
"언어 以前道理를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아무 것도 긍정하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응낙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력을 들여야 옳습니까?"
"그대는 지금 공력을 들이고 있는가?"
"공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꺼릴 것이 없겠지요."

하루는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일을 알고 싶은가? 마른 나무에서 꽃이 피듯 해야만 그것에 契合하게 되리라."


소산스님이 물었다.
"무엇에도 어긋나지 않는 境地라면 어떻습니까?"
"화상! 이는 '공들여 닦는'쪽의 일이다. 다행히도 '공부 없는 공부'가 있는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묻질 않느냐?"
"공부 없는 공부라면 저쪽 사람 일 아니겠습니까?"
"그대의 이런 질문을 비웃는 사람이 매우 많다."
"그렇다면 더 아득히 멀어지겠습니다."
"멀기도 하고( ) 멀지 않기도 하며(非 然) 멀지 않음도 아니다(非不 然)."
"어떤 것이 먼 것입니까?"
"저쪽 사람을 멀다고 하면 안 되지."
"어떤 것이 멀지 않은 것입니까?"
"끝날 곳이 없겠군."

스님께서 소산스님에게 물으셨다.

"공겁(空劫)엔 사람 사는 집이 없었다 하니 이는 어떤 사람이 안주하는 곳이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생각(意志)이 있겠는가?"
"스님께서도 그들에게 물어보시죠."
"지금 묻고 있는 중이다."
"무슨 뜻입니까?"
스님은 대꾸하지 않으셨다.

 

 

(20) 조동록 감변, 시중 - 13

(2) 감변. 시중 14


청림 사건(靑林師虔: ?904)스님이 참례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이제 어디에서 떠나왔는가?"
"무릉(武陵)에서 옵니다."
"무릉의 법도는 여기와 무엇이 같은가?"
"오랑캐 땅에선 겨울에 죽순을 뽑습니다."
"다른 시루에 향기로운 밥을 지어 이 사람에게 공양하여라."
청림스님이 소매를 떨치며 나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뒷날 온 세상 사람들을 밟아 죽일 것이다."

고산 영(鼓山永)스님은 말하였다.
"이렇게 대꾸하다간 물 한 방울도 받기 어려운데 무엇 때문에 다른 시루에 향기로운 밥을 지으라 하는가."

청림스님이 하루는 스님을 하직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는가?"
"금륜(金輪)은 표적을 숨기지 않고, 온 세계에 홍진(紅塵)이 끊겼습니다."
"잘 간직(保任)하게."
청림스님이 조심스럽게 나가는데 스님께서 문에서 전송하시며 말씀하셨다.
"이렇게 떠나는 한 구절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걸음걸음 홍진을 밟으나 걸음걸음 몸 그림자가 없습니다."
"스님께선 무엇 때문에 속히 말하지 않습니까?"
"자네는 어찌 그리 성미가 급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절을 하고 떠났다.

 

 

(22) 조동록 감변, 시중 - 15

(2) 감변. 시중 15


용아(龍牙: 835923)스님이 덕산(德山)스님에게 물었다.
"제가 막야( )의 보검을 가지고 스님의 머리를 베려고 할 땐 어찌하겠습니까?"
덕산스님이 목을 빼고 다가가며 "!" 하였더니, 용아스님이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하자, 덕산스님은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용아스님이 그 뒤에 스님에게 와서 앞의 이야기를 거론하자 스님은 말씀하셨다.

"그래, 덕산은 뭐라고 하더냐?"
"스님은 말이 없었습니다."
"말이 없었다고 하지 말고, 우선 덕산의 떨어진 머리를 노승에게 가져와 보아라."
용아스님은 그제야 깨닫고서 바로 참회하고 인사하였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덕산스님에게 말씀드리자 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은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군. 이 몸이 죽은 지 오래인데 구제해서 무슨 소용이 있으랴."

보복 종전스님은 염( )하였다.
"용아스님은 전진할 줄만 알았을 뿐 발을 헛디딘 줄은 몰랐군."

취암지(翠巖芝)스님은 말하였다.
"용아스님은 그때 끊었어야 하는데 끊질 않았으니 이제 와서 어떻게 끊으랴."

동 선관(東 禪 觀)스님은 말하였다.
"용아스님은 검을 껴안아 몸을 다쳤으니 재앙과 허물을 자초했다 하겠다. 덕산스님은 머리 때문에 주인이 되어 다행히도 계산을 잘 하였으나 홀연히 동산스님에게 자취를 지적당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꼬리를 들켰다."

용아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동구의 물이 역류하게 되면 그때 가서 그대에게 말해주마."
용아스님은 비로소 그 뜻을 깨달았다.

 

 

(23) 조동록 감변, 시중 - 16

(2) 감변. 시중 16

화엄 휴정(華嚴休靜)스님이 스님께 여쭈었다.
"제게는 이치의 길(理路)이 없어 알음알이(情識)의 작동을 면치 못합니다."
"그대는 이치의 길을 보았느냐?"
"이치의 길이 없음을 봅니다."
"그렇다면 알음알이는 어디서 생겼느냐?"
"사실 제가 묻고 있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萬 里 밖 풀 한 포기 없는 곳으로 가야 하리라."

"만리 밖 풀 한 포기 없는 곳에 학인이 가는 것을 인정하시겠습니까?"
"그리 가기만 하면 되네."

화엄스님이 땔감을 나르는데 스님께서 붙들어 세우고는 말씀하셨다.
"비좁은 길에서 서로 만났을 땐 어떻겠는가?"
"엎치락뒤치락하겠지요."
"그대는 내 말을 기억하라. 남쪽에 머물면 천명이 되겠지만 북쪽에 머물면
300명에 그치리라."

 

 

(24) 조동록 감변, 시중 - 17

(2) 감변. 시중 17


흠산(欽山)스님이 스님을 찾아뵙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대자(大慈)스님에게서 옵니다."
"스님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 앞에서 보았느냐, 색 뒤에서 보았느냐?"
"앞뒤가 아닌 자리에서 보았습니다."
스님께서 묵묵히 계시자 흠산 스님이 말하였다.
"저는 너무 일찍 스승을 떠나 스승의 뜻을 다 알지 못합니다."

흠산 스님이 암두(巖頭). 설봉(雪峯)스님과 앉았을 때 스님께서 차를 돌렸다.
흠산 스님이 이때 눈을 감자 스님은 말씀하셨다.
"어디 갔다 왔느냐?"
"선정에 들었다 왔습니다."
"선정은 본래 문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갔느냐?"

노숙(老宿)은 대신 말하였다.
"이런 식으로 이해한 사람이 매우 많다."

설두 중현(雪頭重顯: 9801052)스님이 달리 말하였다.
"당시에 다만 암두스님 설봉스님을 지적하면서 '이 졸기나 하는 놈들아, 차나 마셔라'했어야 했다."

 

 

(25) 조동록 감변, 시중 - 18

(2) 감변. 시중 18


북원 통(北院通)스님이 찾아와 뵙자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주인공에 꽉 눌러앉으면 두 번째 견해(第二見)에 떨어지지 않는다."
북원 통 스님이 대중 가운데서 나오더니 말하였다.

"누군가는 그것과 짝하지 않는 자가 하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것 역시 두 번째 견해(第二見)인걸."

통 스님이 별안간 선상을 번쩍 들어서 엎어버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저의 혀가 썩어 문드러지면 그때 가서 스님께 말씀드리지요."
통 스님이 그 뒤에 스님을 하직하고 영남(飛猿嶺)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잘해보게. 비원령(飛猿嶺)은 험준하니 잘 살펴 가게."
통 스님은 한참 말이 없었다. 스님께서 "통 화상!"하고 불렀다.
"."
"왜 영남으로 들어가질 않는가?"
통 스님은 여기서 깨친 바 있어 영남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26) 조동록 감변, 시중 - 19

(2) 감변. 시중 19


도전(道全: ?894)스님이 스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벗어나는 요체입니까?"
"그대의 발밑에서 연기가 나는구나."
도전스님은 그 자리에서 깨닫고 다시는 다른 곳으로 유람하지 않았다.

운거스님이 이어서 말하였다.
"끝내 '발밑에서 연기가 난다'고 하신 스님의 말씀을 감히 저버리지 않았군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걸음마다 현묘한 자는 즉시 효과가 나는 법이지."

 

 

(27) 조동록 …  감변, 시중 20

(2) 감변. 시중 20

 

스님께서 태수좌(泰首座)와 함께 동짓날 과자를 먹으면서 물었다.
"어떤 것이 있는데 위로는 하늘을 떠받치고 아래로는 땅을 지탱하고 있다. 움직이고 작용하는 가운데서는 다 거두질 못한다. 말해보라. 허물이 어느 곳에 있는지를."
"움직이며 작용하는 가운데 허물이 있습니다. "

동안 현(同安顯)스님이 달리 말씀하셨다.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시자를 불러 과자 상을 물리라고 하셨다.
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은 달리 수좌에게 말하였다.
"아침이 오거든 다시 초왕(楚王)에게 헌납해 보아라."
낭야 혜각 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렇게 판별할 수 있었으랴. 그렇긴 하나  동산스님도 한 수 부족하다."
위산 철( 山喆)스님은 말하였다.
"여러분은 동산스님의 귀결 처를 알았느냐? 몰랐다면 더러는 시비득실로   알고 있으리라. 내가 말하겠다. 이 과자는 태수좌만 먹지 못할 뿐만 아니 , 온 누리 사람이 온다 해도 눈 바로 뜨고 엿보질 못하리라."
운개 본(雲蓋本)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에게 허공을 찢어버릴 쇠몽둥이가 있긴 했으나 깁고 꿰맬 바늘과 실은 없었다. 그가 '움직이며 작용하는데 허물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자마자 '수좌는 과자를 먹어라' 했어야 했다. 거기서 태 수좌가 납승이었다면 먹고 나서 토해야 한다."
  
남당 정(南堂靜)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은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워 천리 밖에서 승부를 결판하는 솜씨였고,  태 수좌는 온몸이 입이어서 이치는 있었으나 펴기가 어려웠다."
  
위산 과( 山果)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은 양민을 짓눌러 천민을 만들었고, 태 수좌는 이치는 있었으나 펴기가 어려웠다. 나는 길을 가다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치욕을 씻으려고 한다.

당시에 그런 질문을 들었더라면 '영산(靈山)의 수기(授記)가 이 같은 데에 이르진 않았다하고, 대꾸하려는 순간 과자를 면전에 확 집어던졌으리라.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숨통을 끊었을 뿐만 아니라 후인들의 망상을 없애주었으리라."

정자 창(淨慈昌)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이 이렇게 과자 상을 물리게는 했으나 요컨대 태 수좌의 입은 막지 못했다."

 

 

 

(28) 조동록 감변, 시중 21

(2) 감변. 시중 21

 

스님께서 유 상좌(幽上座)가 오는 것을 보시더니 급히 일어나서 선상을 보며 뒤돌아서자 유 상좌는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저를 피하시는지요."
"그대가 나를 못 본 줄 알았네."

 

 

(29) 조동록 감변, 시중 - 22

(2) 감변. 시중 22

 

벼를 보는데 낭 상좌(郎 上座)가 소를 끌고 지나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소를 잘 보도록 하게. 남의 벼를 망칠라."
"좋은 소라면 남의 벼를 망가뜨리지 않을 겁니다."

 

 

(30) 조동록 감변, 시중 - 23

(2) 감변. 시중 23

 

어떤 스님이 수유(茱萸)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사문의 修行입니까?"
"修行이라면 없지는 않지만 깨달음이 있다 하면 틀린다."
다른 스님 하나가 스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스님은 말씀하셨다.

"그가 그때 무엇 때문에 '무슨 修行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 스님이 말씀을 옮기자 수유스님이 말하였다.
"부처의 이지, 부처의 ."
그 스님이 돌아와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스님은 말씀하셨다.
"유주(幽州)라면 그래도 괜찮을듯한데 가장 괴로운 곳은 신라이다."

동선 제(東禪齊)스님은 염( )하였다.
"이 말에도 의심이나 잘못이 있느냐? 있다면 말해보라. 어느 곳이 잘못 되었는지를. 없다면, '가장 괴로운 곳은 신라'라고 하였는데 그것도 점검해 낼 수 있느냐?

수유스님은 '이라면 없질 않으나 깨달음이 있다 하면 틀린다'하였고, 여기에 동산스님이 거듭 '이는 어떤 인가' 하고 되묻게 하니 '부처의 '이라 답하였다.  스님이 알고 물었는지, 모르고 물었는지를 판단해 보라."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사문의 修行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머리는 석 자(三尺), 목은 세 치(三寸)라네."
스님은 시자더러 이 말을 가지고 삼성 혜연(三聖慧然)스님에게 묻도록 하였다.
삼성스님은 시자의 손 위를 손톱으로 한 번 찔렀다. 시자가 돌아와 말씀드렸더니 스님은 그것을 인정하셨다.

 

 

(31) 조동록 감변, 시중 - 24

(2) 감변. 시중 24

 

서울의 미 화상(米 和尙)이 어떤 스님을 시켜 앙산(仰山)스님에게 묻도록 하였다.
"요즘에도 방편을 통한 깨달음(假悟)이 있습니까?"
앙산 스님이 대답하였다.
"깨달음이라면 없질 않지만 두 번째 자리(第二頭)에 떨어져 있는데 야 어찌하랴."
다시 미화상은 그 스님더러 스님께 묻도록 하였다.
"저 완전한 깨달음(究竟)은 어떠합니까?"
스님께서 대답하셨다.
"도리어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32) 조동록 감변, 시중 - 25

(2) 감변. 시중 25

 

진상서(陳尙書)가 물었다.
"52위 보살 가운데 무엇 때문에 묘각(妙覺)이 보이질 않습니까?"
"상서께서 妙覺을 직접 보십시오."

 

 

(33) 조동록 감변, 시중 - 26

(2) 감변. 시중 26

 

어떤 관리가 물었다.
"修行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대가 男子가 되면 그때 가서 修行을 하지."

 

 

(34) 조동록 감변, 시중 - 27

(2) 감변. 시중 27

 

스님께서 시중(示衆)하였다.
"납자들이여, 늦여름 초가을에 이곳저곳으로 갈 때 곧장 만리 밖 풀 한 포기 없는 곳으로 가야 하리라."
한참 잠자코 계시다가 다시 말을 이으셨다.
"만리 밖엔 한 포기 풀도 없는데 어떻게 가랴."
그 뒤에 누군가 석상(石霜)스님에게 이 말씀을 드렸더니 석상스님이 말하였다.
"어째서 문만 나서면 바로 풀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스님께서 듣고는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 이런 이가 몇 명이나 있을까?"

대양 경현(大陽警玄: 9421027)스님은 말하였다.
"지금 문을 나서지 않고도 풀이 가득하다고 말하리라. 말해보라. 어느 곳으로 가야겠는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깎아지른 바위 온갖 푸른 풀을 지키지 말라. 흰 구름에 눌러앉으면 종지( 오묘하지 못하리.“

 

백운 수단(白雲守端: 10251072)스님은 말하였다.
"암주(菴主)를 볼 수 있다면 바로 동산스님을 볼 것이며, 동산 스님을 본다면 암주를 보리라. 동산스님을 보기는 쉬워도 암주를 보기는 어려운데, 그가 주지( )에 억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지도 못했느냐, '구름은 고갯마루에 한가하여 사무치질 않는데 흐르는 시냇물은 쉴새 없이 바쁘다'고 했던 말을."

위산 과( 山果)스님은 말하였다.
"못과 무쇠를 절단하여 향상(向上)의 현묘한 관문을 활짝 열고 진실 된 말씀으로 바로 그 사람의 요로(要路)를 지적한다. 말해보라. 그대는 '문을 나서면 바로 풀이다'고 한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석상스님은 그렇게 말했고 상봉(上封)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움직이지 말라. 움직이면 곤장 30대를 맞으리라."

경산 종고(徑山宗 : 10891163)스님은 말하였다.
"사자의 젖 한 방울로 노새 젖 열 섬을 물리쳤다."

 

 

(35) 조동록 감변, 시중 - 28

(2) 감변. 시중 28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본래 스승을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뵐 수 있겠습니까?"
"같은 연배이니 격의 없이 만나면 된다."
그 스님이 이어서 말하려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앞의 자취를 밟지 말고 다른 질문 하나 해보라."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운거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그렇다면 스님의 본래 스승을 보지 못합니다."
그 뒤에 교 상좌(皎 上座)가 이를 들어 장경(長慶)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연배가 다른 것입니까?"
장경스님은 말하였다.
"옛사람이 이렇게 말했는데, 교 화상! 다시 여기에서 무얼 찾느냐?"

 

 

(36) 조동록 감변, 시중 - 29

(2) 감변. 시중 29

 

어떤 스님이 물었다.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면 어떻게 피합니까?"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추울 땐 그대를 춥게 하고 더울 땐 그대를 덥게 하는 것이지."

투자 동(投子同)스님은 말하였다.
"하마터면 그리로 갈 뻔했군."
   
낭야 혜각 스님은 말하였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한다면 '큰방으로 가라'고 했으리라.

운거 효순(雲居曉舜)스님은 말하였다.
"가엾은 낭야 스님은 이렇게 처신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한다면 '삼동(三冬)엔 따뜻한 불을 쬐고 한더위(九夏)엔 시원한 바람을 쏘이라' 했으리라."

보봉 극문(寶峯克文: 10751102)스님은 말하였다.
"대중아! 알았다면 신통희유하면서 어느 때라도 추위와 더위를 개의치 않아도 무방하겠으나, 모른다면 추위와 더위 속에서 겨울과 여름을 보내도록 하라."

상봉 재(上封才)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의 한 구절은 주인과 손님이 교대로 참례하고 정. (.)이 섭렵해 들어간다 할 만하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로 피하려느냐. 일 없이 산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보노라. 여러분에게 묻노니, 알겠느냐."
    

늑담 문준( 潭文準: 10611115)스님은 말하였다.
"다른 사람을 위할 때라면 물이라 해도 따뜻하지만 남을 위하지 않을 땐 불이라 해도 차갑다."

 

 

37) 조동록 감변, 시중 - 30

(2) 감변. 시중 30

 

상당하여 "사은삼유(四恩三有)*를 받지 않을 자가 있느냐?" 하셨는데 대중이 대꾸가 없자 다시 말씀하셨다.
"이 뜻을 體得하지 못한다면 끝없는 근심을 어떻게 벗어나겠느냐? 다만 마음마다 事物에 걸리지 않고 걸음마다 가는 곳 없어 항상 끊어지지 않아야 비로소 相應하리라. 부질없이 날을 보내지 말고 노력하여라."

* 사은삼유(四恩三有) : 주변의 인연과 윤회의 삶.

 

 

(38) 조동록 감변, 시중 - 31

(2) 감변. 시중 31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 갔다 오느냐?"
"산에 갔다 옵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갔었느냐?"
"갔었습니다."
"그곳에 사람이 있더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에 도달하진 못했구나."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거기 머물지 않았느냐?"

"머무는 것은 사양하지 않습니다만 서천(西天)에 긍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
습니다."
"내 원래 그대를 의심했었다.“

 

 

(39) 조동록 감변, 시중 - 32

(2) 감변. 시중 32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물소 뿔(駭鷄角 )같은 것이다."

 

 

(40) 조동록 감변, 시중 - 33

(2) 감변. 시중 33

 

한 스님이 물었다.
"뱀이 개구리를 삼킬 때 구해주어야 옳겠습니까, 구해주지 않아야 옳겠습니까?"
"구해준다면 두 눈이 멀어버릴 것이며, 구해주지 않으면 형체도 그림자도 안 보일 것이다."

 

 

(41) 조동록 감변, 시중 - 34

(2) 감변. 시중 34

 

위독한 스님 하나가 스님을 뵈려하기에 스님께서 그에게 갔다.
"스님이시여, 무엇 때문에 衆生救濟하지 않습니까?"
"그대는 어떤 衆生이더냐?"
"저는 대천제(大闡提)중생입니다."
스님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가 말하였다.
"四方에서 이 밀어닥칠 땐 어찌합니까?"
"나는 일전에 어떤 집 처마 밑을 지나왔다."
"갔다 돌아왔습니까, 갔다 오지 않았습니까?"
"갔다 오지 않았다."

"저더러는 어느 곳으로 가라 하시렵니까?"
"좁쌀 삼태기 속으로 가라."
그 스님이 "()"하고 소리를 한 번 내더니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앉은
채로 입적(坐脫)하자 스님은 주장자로 머리를 세 번 치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렇게 갈 줄만 알았을 뿐 이렇게 올 줄은 몰랐구나."

소각 근(昭覺勤)스님은 말하였다.
"행각하는 납자라면 누구나 이 한 건의 일을 투철히 해결하려 해야 한다. 이 중은 이미 대천제 衆生으로서 四方에서 이 밀어 닥칠 때서야 바쁘게 손발을 허둥댔다동산스님이 큰 자비를 가지고 그에게 한 가닥 길을 평평하게 터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이처럼 갈 줄 알았으랴

그러므로 옛 사람은 말하기를, '임종할 즈음에 털끝만큼이라도 聖人이다 凡夫다 하는 알음알이가 다하지 않는다면 노새 나 말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면치 못한다'하였던 것이다."

동산스님이 말한, '나도 어떤 집 처마 밑을 지나왔다. 좁쌀 삼태기 안으로 가라했던 경우, 서로 맞서 사산(四山)을 막으면서 四山을 막지 않았다. 이쯤 되어서는 물통의 밑바닥이 쑥 빠져야 하리라. 말해보라. 동산스님 意圖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았느냐?
금닭(金鷄)은 유리 껍질을 쪼아서 부수고, 옥토끼는 푸른 바다 문을 밀쳐 여는구나. “

 

 

(42) 조동록 감변, 시중 - 35

(2) 감변. 시중 35

 

야참(夜參)에 등불을 켜지 않았는데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물러난 뒤에 스님은 시자더러 등불을 켜라 하셨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말을 물었던 스님을 불러 나오라 하였다. 그 스님이 가까이 앞으로 나오자 스님은 말씀하셨다.
"밀가루 석 냥()을 이 상좌에게 갖다 주어라."
그 스님은 소매를 털고 물러나더니 여기서 깨우친 바가 있었다. 드디어 衣服日用品을 다 喜捨하여 를 베풀고 3년을 산 뒤에 하직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가게."
그때에 설봉스님이 모시고 섰다가 물었다.
"이 스님이 하직하고 떠나는데 언제 다시 올까요?"
"그는 한 번 떠날 줄만 알 뿐 다시 올 줄은 모른다네."

그 스님은 큰방으로 돌아가더니 의발(衣鉢) 아래에 앉아서 죽었다. 설봉스님이 올라가 아뢰었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긴 하나 나를 따라오려면 3(三生)은 더 죽었다 깨나야 할 것이다."

 

 

(44) 조동록 감변, 시중 - 37

(2) 감변. 시중 37

 

한 스님이 물었다.
"서로 만나서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는데 바로 모든 뜻을 알 땐 어떻습니까?"
스님은 이에 合掌한 손을 이마까지 올렸다.

 

 

(45) 조동록 감변, 시중 - 38

(2) 감변. 시중 38

 

스님께서 덕산스님의 시자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느냐?"
"덕산에서 왔습니다."
"찾아와서 무얼 하려는가?"
"스님을 공손히 따르렵니다."
"世間에서는 무엇이 가장 공손히 따르는 것이냐?"
시자는 대꾸가 없었다.

 

 

(46) 조동록 감변, 시중 - 39

(2) 감변. 시중 39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천사람, 만사람 가운데 있으면서 한 사람을 등지지도 않고 그 한 사람을 향하지도 않는다그대들은 말해보라. 이 사람이 어떤 면목을 갖추었는지를."
운거스님이 나오더니 말하였다.
"저는 법당에 참례하러 갑니다."

 

 

(47) 조동록 감변, 시중 - 40

(2) 감변. 시중 40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부처의 향상사(向上事)를 체득해야만 조금이라도 말할 자격이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말을 할 땐 그대가 듣질 못한다.”
스님께선 들으시는지요?”
말하지 않을 때라면 듣는다.”

 

 

(48) 조동록 감변, 시중 - 41

(2) 감변. 시중 41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바르게 질문하고 바르게 답변하는 것입니까?"
"입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묻는다면 스님께선 답변하시겠습니까?"
"물은 적도 없는데."

 

 

(49) 조동록 감변, 시중 - 42

(2) 감변. 시중 42

 

한 스님이 물었다.
"方便을 통해 들어가는 것은 보배가 아니다'하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그만두는 것이 좋겠네."

 

 

(50) 조동록 감변, 시중 - 43

(2) 감변. 시중 43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세상에 나오시어 몇 사람이나 긍정하셨습니까?"
"긍정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어째서입니까?"
"그들은 제각기 기상이 왕과 같기 때문이다."

 

 

(51) 조동록 감변, 시중 - 44

(2) 감변. 시중 44

 

스님께서 유마경(維摩經)을 강의하는 스님에게 물으셨다.
'지혜()로도 알 수 없고 분별()로도 알 수 없다' 하였는데 이것이 무슨 말인가?"
"법신을 찬탄하는 말입니다."
"법신이라 할때 그 말자체가 벌써 찬탄한 것이다."

 

 

(52) 조동록 감변, 시중 - 45

(2) 감변. 시중 45

 

한 스님이 물었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는다'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오조홍인(五祖弘忍)스님의 의발(衣鉢)을 전수받지 못했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받아야 마땅합니까?"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이다."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이기만 하면 의발을 전수받습니까?"
"그렇긴 하나 부득불 주지 않을 수는 없다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저 '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해도 의발을 전수받기에는 합당하질 못하니 그대는 말해보라. 어떤 사람이 합당하겠는지를.
여기에서 딱 깨쳐줄 만한 한 마디(一轉語)를 던져보아라. , 어떤 말을 해야겠는가."
그때 한 스님이 96마디를 하였으나 모두 계합하질 못하다가 마지막 한 마디에 비로소 스님의 뜻에 적중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진작 이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또 다른 스님 하나가 몰래 듣다가 마지막 한 마디만을 듣지 못하여 드디어 그 스님에게 설명해주기를 청하였으나 스님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3년을 쫒아 다녔으나 스님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는 병이 들어 말하였다.
"나는 3년이나 앞의 이야기를 설명해 달라고 청하였으나 자비를 받지 못하였다. 善意로 하여 되지 않았으니 惡意로 하겠다."

드디어는 칼을 가지고 협박하였다.
"나를 위하여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그대를 죽이겠다."
그 스님은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우선 기다리게. 내 그대를 위해 설명하겠네."
이리하여 말하였다.
"설사 가져온다 해도 둘 곳이 없다고 하였다네."
그 스님은 절하고 물러갔다.

설두 중현스님은 말하였다.
"그가 이미 받지 않았다면 그를 안목 있다 하겠으나 가져오면 반드시 눈 이 멀리라. 祖師의 의발(衣鉢)을 보았느냐? 여기에서 문에 들어가야 두 손에 그것을 받을 수 있으니, 대유령(大庾嶺)에서 한 사람이 이끌어도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온 나라 사람이 찾아온다 해도 떠나갔을 것이다."

취암 지(翠巖芝)스님은 말하였다.

"그의 의발을 얻는데 모두 합당하지 않아야 도리어 옛 부처와 동참하리라. 말해보라. 동참할 자 누구인가? “

천동 정각스님은 말하였다.
"나 장노(長蘆)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곧장 가져와야지, 가져오지 않는다면  받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랴. 가져온다면 필시 안목이 있다 하겠으나, 받지 않는다면 참으로 눈이 멀었다 하리라. 알겠느냐. 관조(觀照)가 다하니 자체는 의지할 바 없어 온 몸이 大道에 합하네."

영은 악(靈恩嶽)스님이 취암의 말을 거량하고 나서 말하였다.
"양자강 도착하니 오()나라 땅 다하고

언덕 넘어 월()나라는 산이 많구나."

 

 

(53) 조동록 감변, 시중 - 46

(2) 감변. 시중 46

 

한 암주는 불안하여 스님 네들만 보면 언제나, "구해주게, 구해줘"라고 계속 말을 하였으나 알아듣지 못하였다. 스님께서 그리하여 그를 방문하였더니 암주는 역시 말하였다.

 

"구해주십시오."
"어떻게 구해주지?"
"약산(藥山)의 법손이 아니면 운암(雲巖)의 적자가 아니십니까?"
"그렇소."
암주는 합장하면서 "선지식이여! 안녕히 가십시오." 하더니 그냥 죽어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그 스님은 죽어서 어디로 갑니까?"
"불이 탄 뒤 한 줄기 순나물이라네."

 

 

(54) 조동록 감변, 시중 - 47

(2) 감변. 시중 47

 

스님께서 대중운력 시간에 요사채를 순찰하다가 한 스님이 대중운력에 가지 않은 것을 보고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째서 가지 않았느냐?"
"몸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건강할 땐 왜 왔다 갔다 하였느냐?"

 

 

(55) 조동록 감변, 시중 - 48

(2) 감변. 시중 48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평소에 學人더러 조도(鳥道)로 다니라 하셨습니다. 어떤 길이 鳥道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도 만나질 않는 길이라네."
"어떻게 가야 합니까?"
"곧장 그 자리에서 私心 없이 가야만 하네."

"鳥道로 가기만 한다면 바로 本來面目 아닙니까?"
"그대는 무엇 때문에 전도(顚倒)되느냐?"
"어느 곳이 저의 顚倒된 곳입니까?"
"顚倒되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종을 낭군으로 오인하느냐?"
"무엇이 本來面目입니까?"
"鳥道로 가지 않는 것이다."

그 뒤에 협산 선회(夾山善會: 805881)스님이 어느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동산에서 옵니다."
"동산스님은 어떤 법문을 제자들에게 보여주더냐?"
"평소에 學人들더러 3(三路)를 배우라고 하였습니다."
"무엇이 3라더냐?"
"현로(玄路). 조도(鳥道). 전수(展手)였습니다."*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다 더냐?"
"실제로 하셨습니다."
"천리(千里)길을 따라가면 임하(林下)道人이 슬퍼한다."

부산 법원(浮山法遠: 9911067)스님은 말하였다.
"지는 낙엽을 보지 않으면 어떻게 가을이 깊었음을 알랴."

 

*東山3(三路: 鳥道. 玄路. 展手)라는 격식으로 납자들을 지도했다. 鳥道는 새가 공중을 날 때 아무 자취를 남기지 않듯이 유무(有無). 단상(斷常)등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경계, 玄路有無. 斷常 相對를 떠난 境界, 展手는 손을 펴서 衆生에게 나아가는 境界를 뜻한다.

 

 

(56) 조동록 감변, 시중 - 49

(2) 감변. 시중 49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향상인(向上人) 부처가 있음을 알아야 말할 자격이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향상인 부처입니까?"
"부처가 아니다(非佛)."

보복스님은 달리 말하였다.
"부처라 해도 틀린다."
법안스님은 달리 말하였다.
"방편으로 부처라고 부른다."

 

 

(57) 조동록 감변, 시중 - 50

(2) 감변. 시중 50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 갔다 오느냐?"
"신발을 만들고 옵니다."
"스스로 알았느냐, 남에게 배웠느냐?"
"남에게 배웠습니다."
"그가 그대에게 가르쳐 주더냐?"
"진실하기만 하면 어긋나지 않습니다."

 

 

(58) 조동록 감변, 시중 - 51

(2) 감변. 시중 51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현묘(玄妙)한 중에서도 가장 현묘함입니까?"
"죽은 사람의 혓바닥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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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山3(三路: 鳥道. 玄路. 展手)라는 격식으로 납자들을 지도했다. 鳥道는 새가 공중을 날 때 아무 자취를 남기지 않듯이 유무(有無). 단상(斷常)등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경계, 玄路有無. 斷常 相對를 떠난 境界, 展手는 손을 펴서 衆生에게 나아가는 境界를 뜻한다.

 

 

(59) 조동록 감변, 시중 - 52

(2) 감변. 시중 52

 

스님께서 발우를 씻다가 까마귀 두 마리가 개구리를 놓고 다투는 것을 보셨다. 한 스님이 문득 여쭈었다.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너 때문이지."

 

 

(60) 조동록 감변, 시중 - 53

(2) 감변. 시중 53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비로자나 법신부처입니까?"
"벼 줄기. 좁쌀 줄기이다."

 

 

(61) 조동록 감변, 시중 - 54

(2) 감변. 시중 54

 

한 스님이 물었다.
"3(三身) 가운데 어느 부처님이 여러 테두리()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나도 이제껏 이 문제에 간절했다."

그 스님이 그 뒤에 조산(曹山)스님에게 물었다.
"스승(先師)께서 말씀하시길, '나도 이제껏 이 문제에 간절했다'라고 하셨는데 그 뜻이 무엇이었을까요?"
조산스님은 말하였다.
"처음부터 없애버려야 한다."
다시 설봉스님에게 묻자 설봉스님은 주장자로 입을 후려치더니 말하였다.
"나도 동산에 갔다 왔다."

승천 종(承天宗)스님은 말하였다.
"몸을 바꿀 만한 한 마디(一轉語)

바다는 잔잔하고 강물은 맑아라

몸을 바꿀 만한 한 마디여
바람은 높고 달은 차가워라
몸을 바꿀 만한 한 마디여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쫓는구나
홀연히 납승이 나와서 전혀 아니라고 해도
그가 지혜 눈을 갖추었다 인정하여라."

묘희(妙喜)스님은 말하였다.
"이렇게 어지러운 이야기로는 꿈에서도 3(三身)을 보지 못하리라."

다시 말하였다.
"어째서 명치끝에 침 한 방을 놓지 않느냐.“

 

스님 회하의 한 노숙(老宿)이 운암스님에게 갔다가 돌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운암스님께 가서 무얼 하였습니까?"
"모르겠네."
대신 말씀하셨다.
"수북이 쌓였구나."

 

 

(62) 조동록 감변, 시중 - 55

(2) 감변. 시중 55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청산과 백운의 아버지입니까?"
"빽빽하게 우거지지 않은 자이다."
"무엇이 백운과 청산의 아이입니까?"
"동서를 분별하지 않는 자이다."
"백운이 종일 의지한다 함은 무엇입니까?"
"떠나지 못함이다."

"청산이 아무것도 모른다 함은 무엇입니까?"
"둘러보지 않는 것이다."

 

 

(63) 조동록 감변, 시중 - 56

(2) 감변. 시중 56

 

한 스님이 물었다.
"맑은 강 저쪽 언덕엔 어떤 풀이 있습니까?"
"싹 트지 않는 풀이 있다."

 

 

(64) 조동록 감변, 시중 - 57

(2) 감변. 시중 57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世上에서 어떤 衆生이 가장 괴롭겠느냐?"
"地獄이 가장 괴롭습니다."
"그렇지 않다. 여기 가사 입고서 대사(大事)를 밝히지 못한 것을 가장 괴롭다고 한다."

 

 

(65) 조동록 감변, 시중 - 58

(2) 감변. 시중 58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이름이 무엇이냐?"
"아무개입니다."
"무엇이 그대의 주인공이냐?"
"뵙고 대꾸하는 중입니다."
"괴롭다괴로워. 요즘 사람들은 의례 껏 모두 이러하니 나귀가 앞서고 말
이 뒤따라가는 줄도(通常事) 모른다 하겠다. '자기를 위하려다가 佛法이 가라앉는다' 하더니 바로 이런 것이구나. 객 가운데 주인(賓中主)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주인 가운데 주인(主中主)을 알아내랴."
"무엇이 주인 가운데 주인입니까?"

"그대 스스로 말해보라."
"제가 말한다면 객 가운데 주인이 됩니다.

운거스님이 대신 말하기를, '내가 말한다면 객 가운데 주인이 아니라 하겠다.'라고 하였다.

"무엇이 주인 가운데 주인입니까?"
"이처럼 말하기는 쉽다만 계속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시고는 偈頌으로 말씀하셨다.

아아, 요즈음 도를 배우는 부류들을 보면
누구나가 문 앞만을 알 뿐이니
서울에 들어가 성주(聖主)께 조회하려 하면서
동관(潼關)에 이르러 그만두는 것과도 같구나.

嗟見今時學道流  千千萬萬認門頭
恰似入京朝聖主  祇到潼關卽便休

 

 

(66) 조동록 감변, 시중 - 59

(2) 감변. 시중 59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는 무심히 사람에 합하고 사람은 무심히 에 합한다. 그 뜻을 알고 싶으냐? 하나는 늙고 하나는 늙지 않는다."

그 뒤에 어떤 스님이 조산(曹山)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늙는다.'고 한 하나입니까?"
"부추겨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이 '늙지 않는다.'고 한 하나입니까?"

"고목(枯木)이다."
그 스님이 다시 소요 충(逍遙 忠)스님에게 말하였더니 충 스님은 말하였다.
"3종과 6(三從六義)로다."

 

 

(67) 조동록 감변, 시중 - 60

(2) 감변. 시중 60

 

오설(五洩)스님이 석두(石頭)스님 처소에 와서 말하였다.
"한 마디에 서로 계합(契合)한다면 머물고 契合하지 못하면 떠나겠습니다."
石頭스님이 기대앉자 五洩 스님은 그냥 떠났다. 石頭스님은 바로 뒤따라가
서 불렀다.
"스님!"
五洩 스님이 머리를 돌리자 石頭스님은 말하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이것일 뿐이다. 깨달아(回頭轉腦) 무엇 하겠느냐."
五洩 스님은 홀연히 깨닫고 주장자를 꺾어버렸다.

스님께서 이 因緣을 들어 말씀하셨다.
"당시에 五洩 선사(先師)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려웠으리라. 그렇긴 하나 아직은 가고 있는 도중이다."

 

 

(68) 조동록 감변, 시중 - 61

(2) 감변. 시중 61

 

한 스님이 대자(大慈)스님을 하직하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느냐?"
"강서로 가렵니다."
"내 그대에게 한 가지 힘든 일을 시키려는데 괜찮겠느냐?"

"스님께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나를 데려갈 수 있겠느냐?"
"스님보다 더 나은 자가 있다 해도 데려가지 못합니다."
그러자 대자스님은 그만두었다.
뒤에 그 스님이 스님(동산)께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해서야 되겠느냐."
"스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라면 데려갈 수 있다고 하겠다."

법안스님은 달리 말하였다.
"스님께서 떠난다면 저는 삿갓을 들겠습니다."

스님께서 다시 그 스님에게 물었다.
"대자스님께서는 특별히 무슨 법문을 하시더냐?"
"언젠가는 이런 법문을 하셨습니다. '한 길(一丈)을 말로 하는 것이 한 치
(一寸)를 가져오느니만 못하다.' "
"나라면 그렇게 말하진 않겠다."
"스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지 못할 것을 말해내기도 하며, ()하지 못할 것을 해내기도
한다."

 

 

(69) 조동록 감변, 시중 - 62

(2) 감변. 시중 62

 

약산스님이 운암스님과 함께 산을 유랑하는데 허리에 찬 장도에서 쨍그랑 쨍그랑하는 소리가 나자 운암스님이 물었다.
어떤 물건이 소리를 내지?"
약산스님은 칼을 뽑아 별안간 입을 찍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시중(示衆)하셨다.
"살펴보라. 저 약산스님이 몸을 던져 이 일 위했던 것을. 요즈음 세상 사람들아. 향산의 일을 밝히고 싶다면 이 뜻을 體得해야만 하리라."

약산스님은  야참(夜參)에 등불을 켜지 않고 法語를 내리셨다.
"나에게 한 구절이 있는데 수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때 가서 말해주겠다."
한 스님이 말하였다.
"수소가 새끼를 낳는다 해도 스님께서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약산스님이, "시자야, 등불을 가져 오너라" 하자 그 스님은 몸을 빼서 대중 속으로 들어 가버렸다.
운암스님이 이 문제를 가지고 스님께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이 중이 도리어 理解하였군. 다만 절을 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약산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호남에서 옵니다."
"동정호의 물은 가득 찼더냐?"
"아직은 요."
"그렇게 오랫동안 비가 내렸는데 어째서 아직 차지 않았을까?"
그 스님이 대꾸가 없었다.
도오(道吾)스님이 말하였다.
"가득 찼습니다."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담담(湛湛)하다." : 즐길 담. 즐기다. 빠지다. 탐닉하다.
스님은 이 문제를 두고 말씀하셨다.

"어느 세월엔들 늘고 불고 한 적이 있더냐."
약산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가 점을 칠 줄 안다고 들었는데 그러하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 점 한번 쳐보아라."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운암스님이 이 문제를 스님께 물었다.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소?"
"스님 태어난 달(生月)이 언제지요?"

 

 

(70) 조동록 감변, 시중 - 63

(2) 감변. 시중 63

 

스님은 5위군신송(五位君臣頌)을 지어서 말씀하셨다.

정중편이여
    삼경초야 달은 한창 밝은데
    서로 만나 알지 못함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그래도 암암리에 지난날의 미움을 품는구나.
正中偏
    三更初夜月明前
    莫怪相逢不相識
    隱隱猶懷舊日嫌

 

편중정이여
    눈 어둔 노파 고경을 마주하여
    얼굴을 분명히 비춰보니 따로 진실 없도다.
    다시는 머리를 미혹하여 그림자로 오인하지 말라.
偏中正
    失曉老婆逢古鏡
    分明賣頁面別無眞
    休更迷頭猶認影

 

정중래여
    '' 속에 티끌세상 벗어날 길이 있으니
    지금 성주(聖主)의 휘()를 저촉하지 않기만 하면야
    그래도 전조에 혀 끊긴 사람보다는 낫겠지.*
    正中來
    無中有路隔塵埃
    但能不觸當今諱
    也勝前朝斷舌才

 

겸중지여
    두 칼날이 부딪치면 피하지 말라
    좋은 솜씨는 마치 불 속의 연꽃같아
    완연히 스스로 하늘 찌르는 뜻 있구나.

兼中至
    兩刀交鋒不須避
    好手猶如火裏蓮
    宛然自由沖天志

 

겸중도여
    유무에 떨어지지 않는데 뉘라서 감히 조화를 하랴
    사람마다 보통의 흐름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자재하게 되돌아가 재속에 앉았네.
 兼中到
    不落有無誰敢和
    人人盡欲出常流
    折合還歸炭裏坐

 

 

 

 

(71) 조동록 감변, 시중 - 64

(2) 감변. 시중 64

 

스님은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향시(向時)는 어떠하며, 봉시(奉時)는 어떠하며, 공시(功時)는 어떠하며, 공공시(共功時)는 어떠하며, 공공시(功功時)는 어떠하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향()입니까?"
스님은 말씀하셨다.
"밥 먹을 땐 어떠하냐."
"어떤 것이 봉()입니까?"
"등질 땐 어떠하냐."
"어떤 것이 공()입니까?"
"괭이를 놓아버릴 땐 어떠하냐."
"어떤 것이 공공(共功)입니까?"
"()을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공공(功功)입니까?"
"()이 아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주(聖主)는 원래 요임금(帝堯)을 본받아
사람을 예의로써 다스리며 임금 허리를 굽히네
어느 땐 시끄러운 시장 앞을 지나며
곳곳 문물(文明)이 성스러운 조정을 축복하네.
聖主由來法帝堯  於人以禮曲龍腰
有時時頭邊過  到虛文明賀聖朝

깨끗이 씻고 진하게 화장함은 누구를 위함일까
두견새 소리 속엔 사람더러 돌아가라 권하네.
백화(百花)는 떨어졌으나 우는 소린 다함없어
다시 어지러운 산봉우리 깊은 곳에서 우네.
淨洗濃粧爲阿誰  子規聲裏勸人歸
百花落盡啼無盡  更向亂峯深處啼

고목(枯木)에 꽃이 피니 겁() 밖의 봄이며
옥상(玉象)을 거꾸로 타고 기린을 쫓는다네.
지금 천봉(千峯) 밖에 높이 은거하니
달 밝고 바람 맑아 좋은 날이라네.
枯木花開劫外春  倒騎玉象麒隣
而今高隱千峯外  月皎風淸好日辰

중생과 부처가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산은 절로 높고 물은 절로 깊어라
천차만별한 현상은 분명한 일이니
자고새 우는 곳에 백화가 새로워라.
衆生諸佛不相侵  山自高兮水自深
萬別千差明底事 啼處百花新

 

 

(75) 조동록 (3)부촉 - 1

(3) 부촉 1

 

조산(曹山)스님이 하직하니 이때 스님께서 드디어 부촉하셨다.
"내가 운암선사(先師)에게 있으면서 보경삼매(寶鏡三昧)에 도장 찍듯 계합하여 그 요체를 몸소 궁구하였는데, 이제 그대에게 부촉하노라."
그 말씀()은 이러하다.

불조께서 가만히 부촉하신
이러한 법을
네 지금 얻었으니
잘 보호할지어다.
如是之法  佛祖密付
汝今得之  宣善保護

은 주발에는 눈이 달렸고
밝은 달은 백로를 숨겼는데
종류는 같질 않으나
뒤섞이면 제자리를 안다.
銀 盛雪  明月藏鷺
類之弗齊  混則知處

뜻은 말에 있질 않으니
찾아오는 기연(機緣)
걸핏하면 소굴을 이루어
빗나가게 떨어져 잘못이네.
意不在言  來機亦赴
動成 臼  差落顧佇

등지거나 맞닿음 양쪽 다 잘못이니
큰 불덩이 같아서

형색이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물듬(染汚)에 속한다.
背觸俱非  如大火聚
但形文彩  卽屬染汚

한밤중 그대로가 밝음이나

새벽이 드러나질 않았으니
중생을 위해 법칙을 짓고
이로써 모든 고통 뽑아주라.
夜半正明  天曉不露
爲物作則  用拔諸苦

비록 함(有爲)이 아니나
말이 없음도 아니니
보경(寶鏡)에 임한 듯
형체와 그림자 서로를 마주본다.
雖非有爲  不是無語
如臨寶鏡  形影相

 

너는 그가 아니나
그는 바로 너이니
세상의 어린 아이처럼
다섯 상호 완연히 갖추었다.
汝不是渠  渠正是汝

如世孀兒  五相完具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며
일어나지도 않고 안주하지도 않는다.
시끄럽게 글 읽는 소리
유구(有句)와 무구(無句)
끝내 사물을 얻지 못함은
말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不去不來  不起不住
婆婆和和  有句無句

終不得物  語未正故

 

중리(重離□□) 6(六爻)
(). ()이 번갈아 드니
포개면 3이 되고
변화가 다하면 5를 이루나
질초()의 맛 같고
금강저(金剛杵) 같기도 하다.
重離六爻  偏正回互
疊而爲三  變盡成五
草味  如金剛杵

정중(正中)에 오묘하게 끼어
북도 치고 노래도 부른다.
산꼭대기 지나고 길바닥도 지나며
지방 따라 길 따라 가는데
어긋나면 길()하여
범하거나 거스르지 못한다.
正中妙挾  鼓唱雙擧
通宗通塗  挾帶挾路
錯然則吉  不可犯

천진(天眞)스런 오묘함은
미오(迷悟)에 속하지 않는데
인연과 시절은
고요히 밝게 나타난다.
미세하기는 틈 없는 데 들어가고
크기는 방향과 처소가 끊겼으니
털끝만큼의 차이에도
화음(律呂)에 맞지 않는다.
天眞而妙  不屬迷悟
因緣時節  寂然昭著
細入無間  大絶方所

毫忽之差  不應律呂

지금 돈점(頓漸)이 있어
이 때문에 종취(宗趣)를 세우니
종취가 나뉨이여
바로 법도()가 되었도다.
종취를 완전히 깨쳐
진상(眞常)이 끝없이 흐르니
밖은 고요하고 중심은 요동하여
망아지를 매어 쥐를 조복시킨다.
今有頓漸  緣立宗趣
宗趣分矣  卽是規
宗通趣極  眞常流注
外寂中搖  係駒伏鼠

선대의 성인은 이를 불쌍히 여겨
법을 위해 보시하고 제도하였다
중생의 전도됨에 맞추어
검은 것을 희게도 하였으며
전도된 생각이 없어지자
긍정하는 마음 스스로 허락하네.
先聖悲之  爲法檀度
隨其顚倒  爲素
顚倒想滅  肯心自許

옛 법도에 부합하려거든
옛것을 관찰하라
불도가 이미 이루어졌으니

10(十劫)동안 나무를 관()하라.
要合古轍  請觀前古
佛道垂成  十劫觀樹

호랑이의 결함 같고
말 다리의 흰 점과 같아서
하열함이 있기 때문에
보궤(寶櫃)가 보물이 되며
경이(驚異)함이 있기 때문에
이노(伊奴)가 백고(白高)가 된다.
如虎之缺  如馬之點
以有下劣  賓櫃珍御
以有驚異   奴白

( )는 교묘한 힘으로써
백보 밖에서 활을 쏘아 적중했으나
화살 끝과 칼끝이 서로 만나면
교묘한 힘인들 어찌 당하랴.
 ?以巧力  射中百步
 箭鋒相直  巧力何
  
목인(木人)이 노래하니
석녀(石女)가 일어나 춤을 춘다.
정식(情識)이 도달하지 않는데
어찌 사려를 용납하랴
신하는 임금을 받들고
자식은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법이니
순종하지 않으면 효도가 아니며
받들지 않으면 보좌가 아니다.
木人方歌  石女起舞
非情識到  寧容思慮
臣奉於君  子順於父
不順非孝  不奉非輔

가만히 행동하고 은밀히 작용하여
어리석은 듯 노둔한 듯하라
그렇게 계속할 수만 있다면
주중주(主中主)라 이름 하리라.

潛行密用  如愚若魯
但能相續  名主中主

 

 

(76) 조동록 (3)부촉 - 2

(3) 부촉 2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말법시대엔 사람에게 마른 지혜(乾慧)가 많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확실하게 알고자 한다면 세 가지 병통( 參漏)이 있다.

 

첫째는 사견(邪見 參漏)인데 중생의 根器가 지위를 떠나지 않고 바다에 떨어져 있음을 말한다.

두 번째는 망정(妄情 參漏)인데 향하느냐 등지느냐에 막혀 있어 견처(見處)가 치우치고 메마름을 말한다.

세 번째는 망어(妄語 參漏)인데 오묘함을 참구하나 종지를 잃어 중생이 본말에 어두움을 말한다.

 

배우는 이가 탁한 智慧流轉하여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나니 그대는 이를 알아야만 한다."

 

 

(77) 조동록 (3)부촉 - 3

(3) 부촉 3

 

또 강요(綱要)가 되는 게송 셋을 말했다.
첫째, 북 치면서 노래하는(敲唱俱行)게송.


    금침(金針)에 두 바늘귀 갖추고
    좁은 길에서 은밀히 모두 다를 꾸렸네.
    보인(寶印)이 바람에 당하여 오묘하니
    거듭거듭 비단 재봉선 열렸네.
    金針雙銷備  挾路隱全該
    寶印當風妙  中中錦縫開

 

두 번째, 쇠로 현로를 막는(金銷玄路) 게송.


    밝음 속에 어둠이 엇바뀌니
    노력은 다했으나 더더욱 깨닫기 어려워라
    힘이 다하여 진퇴를 잊으니
    펼쳐진 그물을 쇠로 막는구나.
    交互明中暗  功齊轉覺難
    力窮忘進退  金銷網輓輓

 

세 번째, 범성에 떨어지지 않는(不墜凡聖: 또는 理事不涉이라고도 한다) 게송.


    ()와 이()에 모두 끄달리지 않고
    돌이켜 관조함에 그윽하고 은미함 끊겼네.
    바람을 등져 좋은 솜씨 나쁜 솜씨 없는 터에
    번쩍하는 번갯불 쫒아가기 어려워라.
    事理俱不涉  回照絶幽微
    背風無巧拙  電火燦難追

 

(78) 조동록   (3)부촉 4

(3) 부촉 … 4

 

스님께서 몸이 편 칠 못하여 사미(沙彌)더러 운거스님에게 말을 전하라 하고는 부촉하였다.

 

"그가 혹 스님께선 편안하시더냐 하고 묻거든 운암의 길이 차례로 끊겼다고만 말하라그대는 이 말을 하고서 멀리 서 있어야만 한다. 그가 그대를 후려칠까 두렵구나."

 

사미는 뜻()을 알아차리고 가서 말을 전하였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운거스님에게서 한 방을 맞았다. 그러나 사미는 대꾸가 없었다.

동안 현(同安顯)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그렇다면 운암스님의 한 가지가 떨어지진 않았다 하리라."

운거 석(雲居錫)스님은 말하였다.
"상좌야 말해보라. 운암스님의 길이 끊겼는지, 끊기지 않았는지를."

숭수 조(崇壽稠)스님은 말하였다.
"옛사람이 후려쳤던 이 한 방망이의 의도는 무엇이냐?"

 

 

(79) 조동록 (3)부촉 - 5

(3) 부촉 5

 

스님께서 열반(圓寂)하면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부질없는 이름이 세상에 남게 되었으니 누가 나를 위해서 없애주겠느냐."

 

대중 모두 대꾸가 없었는데 그때 사미가 나와서 말하였다.
"스님의 법호를 가르쳐 주십시오."
"나의 부질없는 이름은 이미 없어졌도다."

석상스님은 말하였다.
"그에게 인정받은 사람이 없군."

운거스님은 말하였다.
"부질없는 이름이 남았다면 나의 스승이 아니다."

조산스님은 말하였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알아낸 사람이 없다."

"소산스님은 말하였다.
"용은 물을 빠져 나올 기틀이 있으나 알아본 사람이 없구나."

 

 

(80) 조동록 (3)부촉 - 6

(3) 부촉 6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몸이 편찮으신데 병들지 않는 자도 있습니까?"
"있지."
"병들지 않는 자도 스님을 볼까요?"
"나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본다."

"스님께선 어떻게 그를 보는지 가르쳐 주시렵니까?"
"내가 볼 때는 병이 보이질 않는다."
스님은 이어서 그에게 물으셨다.
"이 가죽 포대를 떠나 어디서 나와 만나겠느냐?"
그 스님이 대꾸가 없자 스님은 偈頌으로 을 보이셨다.

學人은 항하사같이 많으나 하나도 깨달은 이 없으니
혀끝에서 길을 찾는데 허물이 있다네.
형체를 잊고 종적을 없애려느냐.
노력하며 은근히 공() 속을 걸어라.

 

學者恒沙無一悟  過在尋他舌頭路
欲得忘形泯 蹟  努力段勤空裏步

 

 

(81) 조동록 (4)천화 - 1

(4) 천화

 

이윽고 머리 깎고 목욕시키고 옷을 입히라 명하고는 종을 울려 대중과 하직하더니, 엄연하게 앉아서 천화(遷化)하셨다. 그때 대중들이 울부짖고 통곡하며 한참을 지나도 그치질 않자 스님은 홀연히 눈을 뜨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출가인 이라면 마음을 事物에 붙이지 않아야만 진실한 修行人이다. 삶을 수고롭게 하고 죽음을 애석히 여기며 슬퍼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다시 일을 주관하는 스님에게 우치재(愚痴齋)를 준비하라 하셨다. 대중들이 그래도 연연해하자 7일간을 연장하였다. 음식과 도구가 갖추어지자 스님은 대중을 따르다가 가 다하자 이윽고 말씀하셨다.

 

"절집이 무사하려면 대체로 떠날 때 시끄럽게 요동하지 말아야 한다."

이윽고 방장실로 돌아가 단정히 앉아서 영영 떠나시니 그날은 함통(咸通) 103월이었다. 세수 63. 법랍은 42, 시호는 오본 선사(悟本禪師), 탑은 혜각(慧覺)이라 이름 하였다.

 

 

(82) 동산록 (1)행록 - 1

동 산 록 (祖堂集)

 

1.  
운암(雲巖)스님의 법을 이었고, 홍주(洪州) 고안현(高安縣)에 살았다. 스님의 휘는 양개(良价), 성은 유()씨며 월주(越州) 저기현(諸 縣)사람이다. 처음에 마을에 있는 절(, 普利院)의 원주(院主)에게 출가하였는데, 원주는 스님을 감당하지 못했으나 스님은 싫어하거나 꺼리는 마음이 전혀 없이 2년을 지냈다

원주는 스님의 공손함을 보고 심경(心經)을 외우라고 했는데, 하루 이틀도 못가서 환히 외워버렸다. 원주는 그 다음 경을 외우라 하니, 스님이 대답했다.
"이미 외운 심경의 뜻도 아직 모르는데 그 다음 경을 더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껏 줄줄 외워놓고 어째서 모른다 하는가?"
"심경에서 꼭 한 구절을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구절이 어디인가?"
". . . . . 생각이 모두 없다(無眼耳鼻舌身意)는 구절을 모르겠으니 스님께서 설명해 주십시오."

원주는 말이 막혔다. 이로부터 이 법공(法公)이 예사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원주는 곧 스님을 데리고 오설 영묵(五洩 靈默: 747818)스님에게로 가서 위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말했다.
"이 법공은 나로선 지도하기 어려우니, 스님께서 거두어 주십시오."
오설 스님이 허락하니, 스님은 그 아래서 허락을 받고 3년을 지도받고 계를 받았다. 그리고는 모든 법을 다 물은 뒤에 사뢰었다.

"저는 행각을 떠나고 싶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오설 스님이 말씀하셨다.
"찾아가서 물으려거든 남전(南泉)스님에게 가서 물으라."
"한 번 떠나면 인연이 다한 것이니 외로운 학은 둥우리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오설 스님을 하직하고 남전스님에게로 갔다.

남전 보원(南泉普願: 748834)스님이 귀종(歸宗)스님의 재()를 올리면서 법어(法語)를 내렸다.
"오늘 귀종스님을 위해 재를 지내는데 귀종스님이 오겠는가?"
아무도 대답이 없자 스님이 나서서 절하고는 "스님, 다시 물어 주십시오" 하여 남전스님이 물으니, "길동무가 있기만 하면 올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남전스님이 뛰어내려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씀하셨다.
"비록 후생(後生)이지만 다듬어봄직 하겠다."
이에 스님이 말씀하셨다.
"양민을 눌러 천민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이로부터 이름이 천하에 퍼져, 선지식(作家)이라 불리게 되었다.

나중에 운암 담성(雲巖曇成: 782841)스님에게 가서 현묘한 뜻을 모두 알고는 대중(大中: 847879)연간이 끝날 무렵에는 신풍산(新豊山)에 가서 선요(禪要)를 크게 폈는데, 이때 한 스님이 와서 물었다.
"스님의 본래 스승을 뵙고자 하는데 어찌해야겠습니까?"
"나이가 비슷하니 걸릴 것이 없다."
 

학인이 다시 의문 나는 점을 물으니, 스님이 대답했다.
"앞의 발자취를 거듭 밟지 않겠으니, 다른 질문을 하나하거 라."

그러자 운거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저는 스님의 본래 스승을 만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상좌(上座)를 시켜 장경(長慶)스님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들어 묻기를, "어떤 것이 나이가 비슷한 것입니까?" 하라 했더니, 장경스님이 말씀하셨다.
"옛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이 그대에게 여기까지 와서 무엇인가를 묻게 하였더란 말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남전스님을 뵈었으면서 어째서 운암스님의 제사를 지냅니까?"
"나는 운암스님의 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불법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스님이 나에게 설파(說破)해 주지 않은 것을 귀중히 여길 뿐이다."
"무엇이 비로자나불의 스승이며 법신(法身)의 주인입니까?"
"벼 줄기, () 줄기다."

스님이 백안(百顔)스님에게 갔을 때 백안스님이 물었다.
"요즘 어디서 떠나왔는가?"
"호남(湖南)에서 떠났습니다."
"관찰사(觀察使)의 성이 무엇이던가?"
"그의 성을 알지 못합니다."
"이름은 무엇이던가?"
"이름도 알지 못합니다."
"밖에 나온 적이 있는가?"
"나와 본 적이 없습니다."
"일을 마땅하게 처리하던가?"
"낭막(郎幕)이 따로 있습니다."
"비록 나오지는 않았으나 일은 바로 처리하는구나."
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나와 버렸다. 백안스님은 하룻밤이 지나서야 아직 선
당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물었다.
"어제 그 두 스님(頭陀)은 어디로 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저올시다."
"지난밤, 스님을 상대했으나 밤새도록 불안하였으니 불법이 퍽 어려운 것임을 알겠소. 頭陀가 여기서 여름을 지내면 나는 두 스님을 모시고 따라야 되겠소."
그리고 대신 대답하기를 청하니, 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너무 존귀하십니다."

운암스님이 원주가 석실(石室)로 떠나려는 길에 말씀하셨다.
"석실에 들어가거든 그대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원주가 대답이 없으므로 스님이 말했다.
"거기엔 벌써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운암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대가 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인정을 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흡사 물소(解鷄犀)같은 것이다."

 

 

(84) 동산록 (2) 대기 - 1

 

2.  
그 시각이 되자 분향하고 편안히 앉아서 천화(遷化)하시니, 세수 62, 법랍은 37세였다. 전신(全身)을 서쪽 산비탈에 안장하고, 시호는 원증선사(圓證禪師), 탑은 복원(福圓)이라 하였다.

 

 

(84) 동산록 (2)대기 - 1

(2) 대기 1

 

한 스님이 동산(洞山)스님에게 물었다.
"때때로 부지런히 닦으란 말씀이 퍽이나 좋은데 어째서 의발을 얻지 못했습니까?"*

 

"설사 '본래 한 물건도 없다' 했더라도 의발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의발을 얻겠습니까?"

 

"문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가 얻을 것이다."
"이 사람이 받겠습니까?"
"받지는 않으나 그에게 주지 않을 수는 없다."

-------------------
* 5조가 의발을 전수하는 과정에서 신수(神秀)상좌는 '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勤拂拭 莫使有塵埃'라는 게송을 지어 바쳤으나 법을 전수받지 못하고, 노 행자가  '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有塵埃'하는 게송으로 6조가 되었다.

 

 

(85) 동산록 (2) 대기 - 2

(2) 대기 2

 

한 스님이 물었다.

"뱀이 개구리를 삼키는데 구해줘야 합니까,

구해주지 말아야 합니까?"

 

"구해주자니 두 눈이 멀겠고,

구해주지 않자니 형상과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겠구나."

 

 

(86) 동산록 (2)대기 - 3

(2) 대기 3

 

운암(雲巖)스님의 재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스승(先師)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으셨습니까?"
"내가 비록 거기에 있었으나 가르침을 받은 것은 없다."

"받은 것이 없다면 재는 차려서 무엇 합니까?"
"가르침을 받은 것은 없으나 스승을 저버릴 수는 없다."

 

 

(87) 동산록 (2)대기 - 4

(2) 대기 4

 

를 차리는데 물었다.
"스님께서 스승의 를 차리시니, 스승을 긍정하는 것입니까?"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치 않는다."
"어째서 전부를 긍정치 않으십니까?"
"만일 전부를 긍정하면 스승을 저버리는 것이다."

어떤 스님이 이 일을 안국사(安國師)에게 물었다.
"전부를 긍정하면 어째서 저버리는 것이 됩니까?"
안국사가 대답했다.
"금 부스러기가 비록 귀중하나 '아들을 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백련
(白蓮)스님이 말씀하셨다."

한 스님이 이 일을 봉지(鳳池)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반만 긍정하는 것입니까?"
봉지스님이 말씀하셨다.

 

"오늘로부터 향해 들어가되 친히 뵙는 것은 우선 보류해 두게."
"무엇이 반은 긍정치 않는 것입니까?"
"행여 그대는 긍정하는 것이 아닌가?"

 

"전부를 긍정하는 것이 어째서 도리어 스승을 저버리는 것이 됩니까?"
"합당한 것을 붙들고 있으면 빠져나갈 길이 없다."

 

 

(88) 동산록 (2)대기 - 5

(2) 대기 5

한 스님이 물었다.
"3(三身)중에 어느 부처가 테두리()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내가 항상 이 일에 간절하였다."

 

그 스님이 조산(曹山: 840901)스님에게 물었다.
"스승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항상 이 일에 간절했다' 하셨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조산스님이 대답했다.
"내 머리가 필요하거든 찍어 가거라."

 

그 스님이 설봉(雪峯: 822908)스님에게 가서 물으니, 설봉이 주장자로 입을 쥐어박으면서 말씀하셨다.
"나도 동산(洞山)에 다녀온 적이 있다."

 

 

(89) 동산록 (2) 대기 - 6

(3) 대기 6

 

어느 날 밤에 등불을 켜지 않고 있는데 한 스님이 나서서 설법을 청하거늘
스님이 시자에게 '등불을 켜라' 하였다. 시자가 등불을 켜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아까 이야기를 청하던 스님은 나오라."
그 스님이 나서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밀가루 두서너 홉을 이 스님에게 갖다 주어라."
그 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나갔는데 그 후 이 일로 깨친 바 있어 의발을 받고 한차례 공양을 차렸다. 삼사년을 지나 하직하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잘 가라, 잘 가라."

이때 설봉스님이 곁에 모시고 있다가 물었다.
"저 납자가 떠났는데 언제 다시 오겠습니까?"
"한 번 갈 줄만 알았지 다시 오는 것은 모른다."
그 스님이 큰방에 가서 의발을 자리에 풀어놓고, 천화(遷化)하였는데 설봉
스님이 보고서 알리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해도 나보다는 3생쯤 뒤졌다 하리라."

이에 대해 다른 이야기가 있다. 두 스님이 길동무가 되었는데 한 사람이
병이 나서 열반당(涅槃堂: 절 안에 늙고 병든 사람을 돌보는 집)에서 쉬고
한 사람은 간호했다. 어느 날 병난 스님이 길동무에게 말하였다.

 

"내가 떠나려는데 같이 갑시다."
그러자 간호하던 스님이 대답했다.
"나는 병도 없는데 어째서 같이 가겠소?"
"아직까지는 同行했다 할 수 없고, 이제부터 같이 가야 비로소 同行입니
."
"좋소. 그렇다면 내가 스님께 가서 下直하고서 가겠소."
그리고는 스님께 가서 앞의 일을 자세히 고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그대가 할 일이니, 잘 다녀오라."

그 스님이 다시 열반당으로 가서 둘이 마주 앉아 온갖 일을 이야기하고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초연히 떠났다.
설봉스님이 이 법회(法席)에서 공양주(飯頭)를 맡고 있었는데, 그들이 차례
로 떠난 것을 보고 스님께 가서 말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아까 와서 스님께 下直하고 간 스님 둘이 열
반당에서 마주 앉아 죽었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두 사람은 그렇게 갈 줄만 알았고 전해 올 줄은 몰랐다.
내게 비한다면 3이 뒤졌다 하리라."

 

 

(90) 동산록 (2) 대기 - 7

(3) 대기 7

 

스님께서 어느 때 大衆에게 說法하셨다.
"나에게 헛된 名聲이 자자한데 누가 없애 주겠는가?"
어떤 사미가 나서서 말했다.
"스님께서 法號를 하나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백퇴(白褪)를 치면서 말씀하셨다.
"이제 나의 헛된 名聲은 사라졌다."

이에 석상 경제(石霜 慶諸: 807888)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아무도 그를 肯定할 이가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다시 물었다.
"아직도 헛된 名聲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장삼이사(長三二四)는 남의 일이다."

운거(雲居)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헛된 名聲이 있으면 우리 스승이 아니지요."

조산(曹山)스님이 말씀하셨다.
"옛 부터 오늘까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소산 광인( 山匡人: 唐末五代人, 曹洞宗)스님이 말씀하셨다.
"은 물에서 나오는 기개(氣槪)가 있건만 사람에게는 알아내는 기능(技能)이 없습니다.

 

 

(91) 동산록 (2) 대기 - 8

(3) 대기 8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바르게 묻고 바르게 대답하는 것입니까?"
"입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 그런 이가 묻는다면 스님께선 대답하시겠습니까?"
"그대가 묻는 것은 물음이 아니다."

 

 

(92) 동산록 (2) 대기 - 9

(3) 대기 9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병()입니까?"
"깜빡 일어나는 것이 병()이다."
"무엇이 약()입니까?"
"계속하지 않는 것이 약()이다."

 

 

(93) 동산록 (2) 대기 - 10

(3) 대기 10

 

동산(洞山)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三祖塔前에서 옵니다."
"祖師의 곁에서 왔다면서 나는 만나서 무엇 하려는가?"
"祖師學人과 다르지만 스님과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대의 본래 스승을 만나고 싶은데 되겠는가?"
"저의 스승이 나오셔야 합니다."
"조금 전에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94) 동산록 (2) 대기 - 11

(3) 대기11

 

한 스님이 물었다.
"經典에 말씀하시기를, '맹세코 一切 衆生을 다 濟度하고서 내가 成佛하리라' 하였는데 무슨 뜻입니까?"
"마치 열 사람이 科擧에 응시했는데 한 사람이 及第하지 못하면 아홉 사람이 모두 及第치 못하거니와, 한 사람이 及第하면 아홉 사람이 모두 及第하는 것과 같다."
"스님께서는 及第를 하셨습니까?"
"나는 글을 읽지 않았다."

 

 

(95) 동산록 (2) 대기 - 12

(3) 대기1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름이 무엇인가?"
"아무개라 합니다."
"무엇이 그대의 주인공인가?"
"지금 스님 앞에서 응대하는 바로 이것입니다."
"애닯어라! 요즘 學人들은 거의가 이렇구나! 그저 당나귀 앞이니 말 뒤니
하면서 자기의 眼目을 삼고 있으니 이래서 佛法이 침체되지 않을 수 없구나.

 

가운데 주인(客中主)을 가려내랴."
"무엇이 主人 가운데 主人입니까?"
"그대가 말해 보라."
"제가 말하면 가운데 주인(客中主)이 됩니다."
"그렇게 말하기는 쉬우나 계속하기는 퍽이나 어려울 것이다."

운거(雲居)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제가 만일 말한다면 가운데 主人이 되지 못합니다."

 

 

(96) 동산록 (2) 대기 - 13

(3) 대기13

 

스님께서 설봉(雪峯)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로 가려는가?"
"()으로 들어가렵니다."
"그대는 비원령(飛猿嶺)을 지나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올 때에는 어찌하겠는가?"
"역시 그리로 와야 됩니다."

"누군가 비원령을 거치지 않고 거기에 이르는 이가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그 사람은 가고 옴이 없습니다."
"그대는 그 사람을 아는가?"
"모릅니다."
"알지도 못한다면 어찌 가고 옴이 없는 줄을 아는가?"

설봉스님이 대답을 못하니 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그저 모르기 때문에, 가고 옴이 없는 것입니다."

 

 

(97) 동산록 (2) 대기 - 14

(3) 대기 14

 

스님께서 언젠가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위로 향하는 일(向上事)을 체득해야 그래도 이야기를 나눌 자격
이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말할 자격입니까?"
"이야기를 할 때엔 그대는 듣지 못한다."
"스님께서는 들으십니까?"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들을 것이다."

 

 

(98) 동산록 (2) 대기 - 15

(3) 대기15

 

한 거사(俗士)가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누구에게나 있다' 했는데 티끌세상에 사는 저에게도
있겠습니까?"
스님께서 손을 펴서 손가락을 꼽으면서 말했다.
"하나. . . . 다섯 꽉 찼구나."

 

 

(99) 동산록 (2) 대기 - 16

(3) 대기 16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땅에 쓰러진 이가 땅을 딛지 않고 일어나는 법은 없
' 하였는데 무엇이 땅입니까?"
"한 자(), 두 자."
"무엇이 쓰러지는 것입니까?"
"긍정하는 그것이다."
"무엇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일어났다."

 

 

(100) 동산록 (2) 대기 - 17

(3) 대기 17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지해(知解)를 갖추어야 대중의 물음에 잘 대답하겠습니까?"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말로써 표현하지 않는다면 묻기는 무엇을 묻겠습니까?"
"칼과 도끼로 쪼개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물음에 대답했을 때에도 긍정치 않는 이가 있겠습니까?"
"있다."
"어떤 사람입니까?"
"나 조산이다."

 

 

(101) 동산록 (2) 대기 - 18

(3) 대기18

 

한 스님이 물었다.
"()의 근본이 어찌 眞實입니까?"
"根本은 원래 眞實이다."
"인데 어떻게 나타납니까?"
"그대로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을 떠나 있지 않았겠습니다."
"의 모습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102) 동산록 (2) 대기 - 19

(3) 대기 19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道伴을 가까이해야 듣지 못했던 것을 항상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한 이불을 덮는 자이다."
"그것은 스님께서나 들으실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듣지 못한 것을
항상 듣는 것입니까?"
"목석(木石)과 같을 수는 없다."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나중입니까?"
"듣지 못했는가? 듣지 못했던 것을 항상 듣는다 하였다."

 

 

(103) 동산록 (2) 대기 - 20

(3) 대기20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들과 祖師들은 알지 못하는데 삵과 암소는 알고 있다' 하였는데 부처님들과 祖師들은 어째서 알지 못합니까?"
"부처님들은 비슷하기 때문이며 祖師들은 인가()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삵과 암소는 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삵과 암소라는 사실이다."
"부처님과 祖師들은 어째서 비슷하거나 認可에 집착합니까?"
"사람들이 막힘이 없으면 이 가운데서 하게 알 것이다."

 

 

(104) 동산록 (2) 대기 - 21

(3) 대기21

 

한 스님이 물었다.
"경전에 말씀하시기를, '천제(闡提: 성불할 가망이 없는 종자) 한 사람을 죽이면 한량없는 을 받는다' 하였는데 무엇이 천제입니까?"
"부처다 이다 하는 見解를 일으키는 자이다."
"무엇이 죽이는 것입니까?"
"부처다 이다 하는 見解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스님께서 다시 그에게 물으셨다.

 

"이것은 밝은 천제인가 어두운 천제인가?"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흰 뱃속에 검은 웃옷을 입었다."
이렇게 말한 뜻은 所見을 일으킨 것은 밝음이므로 희다 하고 所見을 일으키지  않은 것은 어두움이므로 검다 하였다.

 

 

(105) 동산록 (3) 대기 - 22

(3) 대기 22

 

스님께서 經典에 있는 일을 들어 大衆에게 물었다.
"묻는 이가 없어도 스스로 說法하여 닦는 것을 칭찬한다는데 무엇이 묻는 이 없이 부처님 스스로 하는 것이겠는가?"
누군가가 대답했다.

 

"온 누리 안에서 한 사람도 듣는 이가 없는 것입니다."
"비록 그렇게 한 글자를 따내고 한 글자를 보탠들 佛法이 크게 퍼지겠는가?"
大衆이 대답이 없으니,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온 누리에 한 사람도 듣지 못하는 이가 없다."

 

 

(106) 동산록 (2) 대기 - 23

(3) 대기 23

 

스님께서 法語를 내리셨다.
"이 자리는 높고 넓어서 나는 오를 수가 없으니, 무슨 자리라 불러야 되겠는가?"
()상좌가 대답했다.


"이 자리라고 불러도 벌써 더럽힌 것입니다."
"오를 이가 있기는 하겠는가?"
"있습니다."
"누구인가?"
"발을 떼놓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를 수 있는 이는 자리 위의 사람이 아니겠는가?"
"역시 왼쪽과 오른쪽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리 위의 사람인가?"
"이 자리에 오르지 않은 사람입니다."
"오르지 않는다면 자리는 해서 무엇 하겠는가?"
"없으면 오를 수 없습니다."
"그 자리는 따로 사람이 있는가, 자리 그대로를 최상의 몸으로 삼는가?"
"자리 그대로를 최상의 몸으로 삼습니다."
스님께서 칭찬했다.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이다."

 

 

(107) 동산록 (2) 대기 - 24

(3) 대기24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대광(大光)에서 옵니다.
"올 때에 광명이 나타나던가?"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항상 나타납니다."
"비추던가?"
"비추지는 않습니다."
"큰 광명(大光)은 어디에 있던가?"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옥새(玉璽)로 여겼더니, 알고 보니 천남각(天南角)*이로구나!"
스님께서 다시 대신 말씀하셨다.
"비추지 않아야 비로소 큰 광명이 됩니다.' 하라."

* 들에 자생하는 흔한 풀. 무용지물을 비유함.

 

 

(108) 동산록 (3) 대기 - 25

(3) 대기 25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자리를 차지하고 옷을 입는다' 했는데 무엇이 자리를
얻는 것입니까?"
스님께서 대답했다.
"이쪽저쪽을 살피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옷을 입는 것입니까?"
"벗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옷이기에 벗을 수가 없습니까?"
"사람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옷이 그것이다."
"이미 사람마다 모두 가지고 있다면 입어서 무엇 하겠습니까?"
"일어서건 쓰러지건 항상 따라다니며 어디를 가나 살 길이 트인다' 한 말
을 듣지도 못했는가?"
"이 뒤에 저절로 보게 될 일은 무엇입니까?"
"옷 입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스님께서 또 말했다.
"옷을 벗고 와서 나를 만나라."

 

 

(109) 동산록 (3) 대기 - 26

(3) 대기26

 

한 스님이 물었다.
"10년을 돌아가지 못해 오던 길을 잊었다 하니, 무슨 뜻입니까?"
"즐거움을 얻고는 근심을 잊어버린다."
"어떤 길을 잊었습니까?"
"열 곳(十處)이 바로 그것이다."
"본래의 길도 잊습니까?"
"그것까지도 잊는다."
"어째서 9년이라 하지 않고, 10년이라 하였습니까?"
"만일 한 곳이라도 돌아가지 않는 곳이 있으면 나는 몸을 나타내지 않는
."

 

 

(110) 동산록 (3) 대기 - 27

(3) 대기27

 

한 스님이 물었다.
"經典에 말씀하시기를, '童子가 몸을 던지니, 야차(夜叉)게송(偈頌) 반 마디를* 했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童子가 몸을 던진 것입니까?"

* 부처님은 수행 과정에서 법을 얻기 위해 야차에게 몸을 던졌다.
"단정(端正)함을 잃은 것이다."
"어떤 것이 偈頌 반 마디를 읊은 것입니까?"
"흰 구름이 가시덤불에 얽힌 것이다."
"어떤 것이 단정함을 잃는 것입니까?"
"소부(少父) 잃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111) 동산록 (3) 대기 - 28

(3) 대기28

 

한 스님이 물었다.
"대궐(玉殿)에 이끼가 끼었을 때는 어떻습니까?"
"제자리(正位)를 지키지 않는다."
"팔방에서 조공을 바쳐올 때엔 어찌합니까?"
"절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 하러 조공을 바치러 왔겠습니까?"
"어기는 건 잠시 어긴다 해도 순응하는 것이 臣下의 분수이다."
"임금의 뜻이 무엇입니까?"
"추밀(樞密: 왕명을 출납하는 관직)도 그 속마음을 모른다."
"그렇다면 나라를 다스리는 은 몽땅 大臣들에게 돌아가겠습니다."
"임금의 성격을 알기나 하는가?"
"바깥사람들은 감히 할 것이 아닙니다."

 

 

(112) 동산록 (3) 대기 - 29

(3) 대기29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지륜(智輪)입니다."
"지륜과 법륜(法輪)은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지륜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막공(邈公)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합니다."

소공(紹公)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털끝만치도 막히지 않았습니다."

()상좌가 대신 말하였다.
"가까워지려면 가까워지고 멀어지려면 멀어집니다."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 가까워지려면 가까워지는 것인가?"
"같은 바퀴 자국()에 실린 것입니다."
"무엇이 멀려면 먼 것인가?"
"여러 수레와 같지 않은 것입니다."
"어느 것이 먼저인가?"
"뭇 수레와 함께하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이다."

 

 

(113) 동산록 (3) 대기 - 30

(3) 대기30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法身의 주인입니까?"
스님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스승(先師)께서 말씀하시기를, '공부가 깊지() 않으면 속된 중으로 타락하리라' 하셨다는데 무엇이 깊음입니까?"
"그대가 질문하기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그대로가 깊음이 아니겠습니까?"
"깊다면 속된 중으로 타락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깊음입니까?"
"질문을 바꾸어라."

 

 

(114) 동산록 (3) 대기 - 31~33

(3) 대기 31~33

 

한 스님이 물었다.
"312분교에도 祖師의 뜻이 있습니까?"
"있다."
"이미 祖師의 뜻이 있었다면 다시 서쪽으로부터 와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저 312분교에 祖師의 뜻이 있기 때문에 서쪽에서 왔다."

32.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그렇게 술 취한 놈에게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그리고는 또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지 않았더라면 나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33.
"어떤 것이 다른 종류(異類)입니까?"
스님께서 "다른 가운데서는 종류를 대답치 않는다" 하시고는 또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에게 말로 해준다면 나귀해()엔들 다름을 알겠는가?"
또 말씀하셨다.
"나에겐 단지 한 쌍의 눈썹이 있을 뿐이다."

 

 

(115) 동산록 (3) 대기 - 34~35

(3) 대기34~35

 

34.
한 스님이 물었다.
"문수(文殊)는 어째서 부처님(구담:瞿曇)에게 칼을 뽑았습니까?"
"그대의 오늘을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잘 해친 이라 칭찬하셨습니까?"
"대비(大悲)로 뭇 衆生을 가엾이 여겨 덮어 주었기 때문이다."
"다 죽인 뒤엔 어찌 됩니까?"
"죽지 않는 자임을 비로소 안다."
"그 죽지 않는 자는 부처님에게 어떤 권속입니까?"
"그대에게 이름을 지어주면 되겠으나 권속이 되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다."
"하루 동안 어떻게 시봉해야 됩니까?"
"그대는 반드시 잘 해치는 이가 될 것이다."

35.
한 스님이 물었다.
"華嚴經에 말씀하시기를, '큰 바다는 시체를 간직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큰 바다입니까?"
"온갖 것(萬有)을 포용한다."
"무엇이 시체입니까?"
"숨이 끊어진 자이니 그들을 붙여두지 않는다."
"이미 萬有包容한다면 어째서 숨이 끊어진 자를 붙여두지 않습니까?"
"큰 바다는 그러한 功德이 없는데 숨이 끊어진 자는 그러한 性品이 있기 때문이다."
"큰 바다에도 본 분사(向上事)가 있습니까?"
"있다 해도 되고 없다 해도 되겠지만 龍王이 칼을 빼들고 있음이야 어찌하겠는가?"

 

 

(116) 동산록 (3) 대기 - 36~38

 

36.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손에 든 것이 무엇인가?"
"부처님 머리 위의 보배 거울입니다."
"부처님 머리 위의 보배 거울이라면 어째서 그대 손에 들어 있는가?"
대답이 없으니, 스님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부처님들도 역시 저희 후손들입니다' 하라."

37.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도 를 알지 못하니, 내 스스로 修行을 해야
한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부처님이 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부처의 境界에는 안다 할 것이 없다."
석문(石門)스님이 말씀하셨다.
"더 알아서 무엇에 쓰겠는가?"
"어떤 것이 내 스스로 修行을 하는 것입니까?"
"위로 하는 일에는 일이 없다."
"그것뿐입니까, 아니면 별다른 道理가 있습니까?"
"그것뿐이라 한들 누가 어찌하겠는가?"

38.
한 스님이 물었다.
"잘 간직(保任)하는 사람이 한 생각을 잃을 때는 어찌됩니까?"
"비로소 간직을 하게 된다."
"큰 마왕(魔王)이 되었을 때는 어찌합니까?"
"부처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117) 동산록 (3) 대기 - 39~40

 

39.
한 스님이 물었다.
"큰 이익을 짓는 사람도 비슷해질 수 있습니까?"
"비슷할 수 없다."
"어째서 비슷하지 못합니까?"
"듣지도 못했는가? 큰 이익을 짓기 때문이다."
"이 사람도 尊貴한 분을 압니까?"
"尊貴한 분을 모른다."
"어째서 尊貴한 분을 모릅니까?"
"그가 나 조산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조산입니까?"
"큰 이익을 짓지 않는 자이다."

40.
한 스님이 물었다.
"듣건대 감천(甘泉)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밭가는 농부에게서 소를 빼앗고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는다' 했다는데, 무엇이 밭가는 농부의 소를 빼앗는 것입니까?"
"노지(路地)를 주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는 것입니까?"
"제호(醍醐)를 물리치는 것이다."

 

 

(118) 동산록 (3) 대기 - 41~43

 

 41.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얕으나 쓸 때엔 깊다' 하였다는데, 볼 때에 얕고도 얕다는 것은 그만 두고, 무엇이 깊은 것입니까?"
이에 스님께서는 차수(叉手)하고 눈을 감으셨다. 학인이 더 물으려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은 빠뜨린 지 오랜데 무엇 하러 뱃전에다 표시를 하려는가?"

42.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현묘함()입니까?"
"어째서 진작 묻지 않았는가?"
"무엇이 현묘함 가운데의 현묘함입니까?"
"원래 한 사람이 있느니라."

43.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신풍(新豊: 동산)스님의 말을 인용하여, '한 빛깔이 있는 곳에 나눌 수 있는 이치와 나눌 수 없는 이치가 있다' 하셨다는데 어떤 것이 나눌 수 있는 것입니까?"
"한 빛깔과는 같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今日)을 따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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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에 어리석은 사람이 물에다 칼을 빠뜨리고는 그 자리에서 뱃전에다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는 강가에 닿자마자 표시해 둔 물밑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그렇다."
"어떤 것이 나눌 수 없는 이치입니까?"
"가릴 수가 없는 곳이다."
"가릴 수 없는 그 자리야말로 부자(父子)가 온통 한 몸이 되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그런데 그대도 알고 있었던가?"
"바야흐로 한 빛이 될 때엔 깨달음(向上事)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깨달음엔 본래 한 빛이랄 것도 없다."
"그 한 빛이란 것도 종문(宗門)의 종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사람에게 말해 줍니까?"
"宗門에 알아들을 이가 없기 때문일 뿐이니, 그러기에 그런 사람을 위해서 말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활짝 깨치는 이()도 있고 근기가 낮은 이()도 있겠습니다."
"내가 활짝 깨치는 이와 根器 낮은 이를 말했다면 삿됨에 빠지는 것이다."
"종문 안의 일을 어떻게 알아야 되겠습니까?"
"그 안의 사람이라야 한다."
"어떤 사람이 그 안의 사람입니까?"
"내가 이 산에 살기 시작한 이래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지금 사람 중에는 그런 이가 없다 해도 스님께서는 옛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받으시겠습니까?"
"손을 펴지만 말라."
"그렇게 하면 스님께서 무엇인가를 주시겠습니까?"
"옛사람이 그대를 꾸짖는구나."

 

 

(119) 동산록 (3) 대기 44~46

 

44.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칼날 없는 칼입니까?"
"삶거나 단련(鍛鍊)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자는 어떻습니까?"
"맞서 오는 자는 모두가 죽는다."
"맞서는 이가 없으면 어찌합니까?"
"역시 몰살을 당해야 한다."
"오지 않는 이가 어째서 모두 몰살되어야 합니까?"
"듣지 못했는가? 모두 다 해치운다는 말을."
"다한 뒤에는 어찌 됩니까?"
"이러한 칼이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45.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沙門)의 모습입니까?"
"눈을 까뒤집고 봐도 안 보이는구나."
"그렇다면 가사는 입었습니까?"
"가사를 입었다면 사문의 모습이 아니지."
"그렇다면 무엇이 사문의 행(行李)입니까?"
"머리에는 뿔을 이고 몸에는 털을 썼다."
"이 사람은 누구의 힘을 빌어 이렇게 되었습니까?"
"종일 남의 힘을 얻어 쉬지 않고 다닌다."
"이 사람은 무엇을 귀하게 여깁니까?"
"머리에 뿔을 이지 않는 것과 몸에 털을 쓰지 않은 것이다."

4.     

스님께서 천복(天復) 원년(元年) 신유(辛酉) 여름에 졸연히 한마디 하셨다.
"운암 노스님도 62세를 사셨고, 동산스님도 62세에 열반에 드셨다. 나 조산도 올해 62세이니, 앞 사람의 뒤를 따라 하나의 관례를 이루는 것이 좋겠다."
() 615, 밤이 되자 주사(主事)에게 물었다.
"오늘이 며칠인가?"
"615일입니다."
"조산은 한평생 행각을 하는 동안 가는 곳마다 90일로 한 철을 삼았다."
그리하여, 이튿날 진시(辰時)가 되자 涅槃에 드시니, 춘추는 62, 승랍은 37세이며, 시호를 원증(圓證)대사라 하였다.